법인세 실효세율, 예정처 "역대최저" vs 기재부 "상승"

2016-04-10 09:51
예정처 "2014년 소득금액 기준 14.2%로 떨어져"
기재부 "기업이 해외에 낸 세금 고려해야…17.2%로 상승"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법인세 실효세율을 놓고 국회 예산정책처와 정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예정처가 법인세 실효세율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자, 정부는 제대로 된 통계 기준을 적용할 경우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즉각 반박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초 발간된 국세청의 '2015년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2014년 국내 기업의 법인세 평균실효세율이 전년보다 0.5%포인트 하락한 14.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예정처는 그해 기업들이 부담한 총 세액을 소득금액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실효세율을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8년 18.3%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2년(15.4%)에는 전년보다 0.7%포인트 올랐지만, 이듬해 14.7%로 다시 낮아졌으며 2014년까지 2년째 하락세가 지속하는 중이다.

예정처 관계자는 "법인세 실효세율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 2014년 실효세율은 사상 최저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10일 "예정처의 통계 산출방법이 맞지 않다"며 "2014년 실효세율은 오히려 전년보다 올랐다"고 밝혔다.

수출기업 등이 해외 과세당국에 내는 세금만큼 국내에서는 외국납부세액공제를 통해 세액을 깎아주는데, 이 부분까지 더해서 계산해야만 기업의 실제 세부담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또 기재부는 기업들의 전체 소득금액이 아닌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실효세율을 산출했다.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2년 17.9%에서 2013년 17.1%로 하락했다가 2014년 들어 17.2%로 0.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2014년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전년보다 0.4%포인트 뛴 18.9%로 분석됐다.

또 기재부는 2012년 45조9000억원에 달했던 전체 법인세가 2013년(43조9000억원)과 2014년(42조7000억원) 연속으로 감소했지만, 올해 거둬들일 2015년 법인세수의 경우 사상 최대인 46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재부는 "세법개정으로 법인세 최저한세율이 17%로 올랐고, 대기업 고용창출투자세액 기본공제가 폐지되는가 하면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도 내리는 등 비과세·감면 정비가 계속되고 있어 대기업 실효세율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예정처와 정부 분석이 상이한 이유는 법인세 실효세율 산출방법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효세율 통계를 어떤 목적으로 분석할지에 따라 방법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재부 설명은 기업 입장에서 세부담 크기를 얘기할 때에는 의미가 있다"면서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수 측면에서는 예정처 기준이 더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법인세율을 다 내리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라면서 "국제적 기준으로는 절대적인 국내 법인세율(최대 22%) 자체를 갖고 비교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세무학회 고문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계 작성방법의 차이로 봐야 한다"며 "한쪽 기준이 틀렸다고 할 수 없고, 기업 부담을 볼지 세수를 볼지에 따라 기준을 세워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