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소비 꽁꽁…기업투자 비중 38년 만에 최저
2016-04-03 10:12
민간소비 비중, 50% 이하로 하락…27년만에 최저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기업투자와 민간소비가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하로 떨어져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3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GDP 대비 총고정자본형성 비중은 29.1%로 전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1976년(26.4%) 이후 3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투자가 그만큼 정체됐다는 뜻이다.
총고정자본형성이란 기업이 생산능력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설비·건설·무형자산에 투자한 액수를 뜻한다.
GDP 대비 기업투자 비중은 2008년(31.4%)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7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업투자는 올해 들어서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1∼2월 설비투자는 두 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2월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5% 줄어 감소 폭이 1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수출이 15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상황인데다 재고도 늘어나면서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 제조업 재고율은 128.5%로, 2008년 12월(129.5%)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2월 재고율은 128.0%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투자 부진과 함께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49.8%) 이후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내려왔다.
지난해 민간소비 비중은 49.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998년(48.3%) 이후 최저치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내수 경기를 살려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가계부채 급증, 고령화,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가계가 갈수록 지갑을 굳게 닫고 있다.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2012년 51.4%에서 2013년 50.9%, 2014년 50.3% 등 3년 연속으로 떨어졌다.
지속되는 소비 위축은 '성장률 하락→기업투자 감소→고용 감소→가계소득 감소→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여야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다른 관점의 소비·투자 부진 해소책을 내놓고 맞붙었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대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늘릴 길이 없다"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론을 펴고 있다.
기업의 투자 촉진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률을 3%대로 유지하겠다는 정책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기업 위주의 정책만 쏟아낸 결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어려워지고 정규직-비정규직 격차가 커졌다"며 '경제 민주화'를 강조하고 있다.
돈을 풀고 금리를 내려도 대기업들이 꼼짝 않고 투자를 안 했으니 불평등 해소를 통해 경제에 활력을 줘야 소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제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구조개혁을 강조하지만 방법론이 조금씩 다르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교수)은 "한국이 구조개혁, 규제개혁을 통해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르게 될 것"이라며 "정부 지출도 창업, 연구개발(R&D), 미래 먹을거리 등 장기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민간소비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하고, 분배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며 "특히 임금 인상을 통해 소비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