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연간 30조원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 진출해야”

2016-03-28 11:00
3대 기회 분야 제안 ①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②좌석 ③LED조명

[사진=전경련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오는 2020년까지 연간 30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정체된 국내산업에 활로를 뚫어줄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을 제시했다.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이란 항공기에 탑재되는 액정화면(LCD) 모니터, 좌석, 창문, 조명 등 각종 실내 기자재를 포괄하는 산업이다. 최근 항공사들이 고객 만족도 향상, 항공기 경량화 등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분야지만 국내에는 기반이 없어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에 전경련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좌석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 3대 분야를 국내에 육성할 것을 제안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싱가포르항공, 독일 루프트한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에미레이트 등 세계 주요 항공사들은 최근 A380과 같은 초대형 항공기의 출시로 기내 공간이 증가함에 따라 개별 칸막이가 완비된 좌석, 기내 샤워실 등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승객들이 기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항공사들의 투자로 2015년 17조 원(미화 142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은 매년 12.5%씩 성장해 2020년에는 연간 30조 원(256억 달러) 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15년 기준 분야별 산업규모는 좌석이 9조 원(74억8000만달러)로 전체의 53%를 차지하며, 기내 엔터테인먼트 3조4000억 원(28억5000만 달러, 20%), 조명 1조9000억 원(15억5000만 달러, 11%) 등이다.

전경련은 항공기 시장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것도 기회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20년간 항공기 수요는 3만2600대에 달하는데, 이 중 40%(1만2810대)가 아시아 수요다. 특히 중국은 향후 10년 내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 항공 시장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이는 기존에 미국과 유럽이 독점하던 항공기 제작 및 관련 인테리어 산업 내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현재 한국은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이 미흡해 빠르게 증가하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지 못할 뿐 아니라 국내 수요를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2005년부터 6년간 49대 항공기에 대해 3900억 원 규모의 좌석 업그레이드를 실시했고, 아시아나항공도 2006년부터 3년간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오즈 쿼드라 스마티움’이라 불리는 신형 비즈니스석 등을 도입했으나 국내에는 관련 업체가 없어 전적으로 해외 기업에 의존했다.
 

[사진=전경련 제공]


이에 전경련은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 중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는 3대 분야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좌석, LED조명을 제시했다.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좌석에 설치된 스크린과 음향 시설을 통해 영화, 음악, 게임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하며, 2020년 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한 분야다. 스크린, 컨트롤러 등 다양한 전자기기를 제조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역량이 필수인 분야로, 현재 일본 파나소닉이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한국도 전자 산업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진출 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비교적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좌석의 경우 승객의 안전과 편의는 물론 항공사의 매출과도 직결된 분야로, 기내 인테리어 산업 중 가장 큰 비중(약 53%)을 차지하는 분야다. 특히 저가항공사의 증가로 향후 가볍고 슬림한 좌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BMW나 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항공기 좌석 산업에 진출할 만큼 타 산업과 시너지가 높은 분야다.

저가항공사 영국 이지제트(easyJet)의 경우 기존 좌석 대비 약 30% 가볍고 얇은 좌석으로 교체해 A320 기종을 기준으로 승객 당 공간을 줄이지 않고 좌석 수를 180개에서 186개로 늘렸다.

BMW는 싱가포르항공의 일등석 좌석 디자인 등을 직접 설계했으며, 벤츠는 독일 루프트한자와 항공기 기내 디자인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조명의 경우 연료비용과 정비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형광램프에서 LED조명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 LED 소재 분야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추후 진출 시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델타 항공은 지난해 4월 보유 중인 모든 항공기의 조명을 LED(형광 램프 대비 60% 이상 에너지 절감, 수명 10배 이상)로 교체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는데, LED 패키지 세계 시장(2014년 12월, IHS 발표 기준)은 서울반도체(4위)와 삼성전자(5위), LG이노텍(6위) 등이 상위권에 올라있다.

전경련은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의 마중물 역할을 강조했다.

항공기 탑재 기자재는 모두 미국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중견·중소기업들에게 큰 진입장벽이다. 기자재를 테스트 할 공인 기관도 없고, 출연연과의 협력도 미흡하다.

이에 정부가 국제 인증 절차를 지원해주고,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충돌시험처럼 항공기 좌석 내구성 등을 테스트하는 시설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전구 제조사 오스람과 출연연구소인 프라운호퍼 등이 공동으로 항공기 LED조명 전문 연구시설을 설립한 독일의 사례를 벤치마킹 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은 우리나라가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향후 중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기에도 용이하다”면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들이 함께 공동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