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나오는 인터넷전문은행…저축은행 '어쩌나'
2016-03-09 14:24
아주경제 문지훈·윤주혜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금융권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별다른 대비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금융권이 모바일 뱅킹 등 핀테크 사업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저축은행 업계가 향후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카카오뱅크와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로부터 인력을 지원받아 사업 구체화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 경쟁이 불가피한 저축은행 업계는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SBI·JT친애를 포함한 일부 저축은행은 자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선보인 상태이며, 다른 저축은행들은 우리은행과 협력해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어떤 모습으로 출범할지 아직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대응책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막연한 상태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파악 중이기 때문에 중금리 대출상품 확대에만 나서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저축은행 업계의 제한적인 움직임은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타 금융권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뱅크인 '위비뱅크'를 비롯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위비톡'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으며 신한은행 역시 '써니뱅크'로 모바일 뱅크 시장에 뛰어들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달 기존 해외 송금 수수료가 3분의 1 수준인 해외 송금 서비스 '원큐 트랜스퍼(1Q Transfer)'를 선보이기도 했다.
카드업계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익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고, 타금융권과의 협력을 통해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는 물론 다양한 핀테크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타 금융권의 적극적인 모습과 달리 저축은행 업계가 중금리 대출에만 매달리게 되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 대출뿐만 아니라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 담보대출 시장까지 진출할 경우, 저축은행 업계의 기존 고객들의 이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고객 중 상당수가 저신용자인 데다 저축은행 업계의 신용대출 및 담보대출 비율이 3대 7인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저신용층을 대상으로도 영업에 나설 지가 관심사"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저신용층 대상 담보대출 시장에도 진출하면 위기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