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준비 안 된 ISA, 뭐 보고 가입하나

2016-03-10 14:01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최근 은행에 다니는 친구나 선후배들의 연락이 부쩍 늘었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 은행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며 나름 동고동락(?) 해오다 지금은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전화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같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자신에게서 가입하라는 권유 전화다.

최근 금융사들의 ISA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지난 2013년 재형저축 출시 당시보다 더 치열한 분위기다. 금융당국의 경고로 경쟁이 다소 잠잠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고액 경품을 미끼로 사전 예약을 부추기며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는 ISA 출시일을 3일 앞둔 상황에서 은행 또는 증권사마다 어떤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는지 비교하고 알아볼 길이 없다. 금융사들이 ISA를 어떻게 운용할 지 관련 상품을 아직까지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형저축의 경우 ISA에 비해 단순한 구조로 은행별 기본금리와 우대금리만 비교하면 됐다. 하지만 ISA는 계좌에 담을 상품이나 수수료 구조가 복잡해 아직까지도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사전 예약이나 출시 초기에 고객이 ISA 계좌 개설을 선택하는 기준은 경품일 수도 있지만 금융사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도'가 될 수밖에 없다. 구조가 단순한 상품이 아닌 데다 원금도 보장되지 않는 투자 상품이 담길 수 있어 무엇보다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 5년간 비교적 장기간 유지해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충분한 비교가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사만 믿고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임직원들에게 "금융은 고객의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며 항상 '고객 신뢰도'를 강조한다. 그러나 금융사들의 지금까지 준비 상황을 보면 고객의 신뢰로 얻은 ISA 성과를 부실한 준비 때문에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버릴 수 없다.

ISA 출시를 준비하는 기간만큼은 각 금융사 CEO들이 '무신불립(無信不立)'을 되새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