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교육비 통계 유감

2016-02-26 10:13

[이한선 기자]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26일 발표한 정부의 사교육비 통계에서 초중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24만4000원으로 2007년 조사 이후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교육 참여 학생과 비참여한 경우를 평균 낸 것으로 참여 학생만을 감안해 계산하면 고등학교의 경우 두 배로 뛴다.

이렇게 결과가 나왔는데도 교육부는 이번 통계 결과를 방과후학교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법개정을 위한 도구로만 활용하고 있어 유감이다.

교육부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줄세우기식 고교.대학 입시교육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보다는 원하는 국회 법개정을 압박하는 도구로 이번 통계를 쓰고 있는 모습이다.

교육부는 이번 통계 결과 내용을 설명하면서 중고교의 사교육비가 크게 늘어난 원인을 선행학습금지법의 영향으로 중고교의 방과후 일반교과 학교 참여율이 크게 떨어진 데 돌렸다.

교육부는 방과후학교에는 제한적으로 선행학습을 허용하도록 하는 공교육정상화 및 선행학습금지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선행학습금지 영향으로 사교육 풍선 효과가 나타나 이를 막고 농어촌 취약 지역의 학생들을 위해서는 제한적으로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선행학습금지법은 선행학습 등 사교육을 줄여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방과후학교에 선행학습을 허용하게 되면 법안의 취지가 무력화된다는 지적이 높다.

방과후학교 선행학습 허용으로 사교육 비용이 이전되는 것일 뿐 공교육 내에서 선행학습을 끌어들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비판도 있다.

교육부는 방과후학교 학생 참여가 늘수록 그만큼 사교육비가 줄어들게 돼 좋을 것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방과후학교 비용은 사부담공교육비라고 해서 EBS교재비용과 함께 사교육비에서 제외하고 따로 통계를 잡는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방과후학교 비용이나 학원비나 돈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일 뿐이다.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하는 것은 공간만 학교로 옮겼을 뿐이지 가르치는 강사나 강의 내용도 다르지 않아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

학원에 가지 않고 방과후학교에 가서 선행학습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초중고생의 어학연수 비용도 사교육비에서 제외돼 있다.

일부계층에만 한정된 비용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지만 이 역시도 맞는지 의문이다.

2014년 어학연수비용은 6190억원으로 2012년 5227억원, 2013년 5894억원에서 규모가 늘고 있다.

2014년의 경우 사교육비 총액이 18조2297억원으로 방과후학교 비용 1조2597억원, EBS교재 비용은 1704억원, 어학연수비용을 합치면 20조원이 넘어선다.

여기에 영유아 사교육비까지 합치면 더 늘어나게 된다.

교육부는 사교육비가 매년 줄고 있다고 총액 감소를 보도자료의 앞머리에 내세우고 있지만 학생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의미가 없는 수치다.

1인당 사교육비를 따져보면 늘고 있는데 이조차도 교육부는 명목일 뿐 실질사교육비라고 해서 일반 물가상승률이 아닌 학원비 등의 사교육비 인상률을 따로 산출해 지수를 따져 계산해서 감소하고 있다고 통계를 내고 있다.

이 역시도 합리적이지 않다.

사교육비가 인상되면 그만큼 부담이 커지는 것인데 인상률을 감안해 실질 인상률을 계산해 결과를 축소 보정하는 것은 눈속임일 뿐이다.

통계청에 물어보니 사부담공교육비와 어학연수비용을 사교육와 별도로 조사하고 실질사교육비 등을 계산하는 방안 등이 모두 교육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한다.

교육부는 앞으로 솔직한 통계를 내기 위해 개선에 나서길 바란다.

교육부가 꼼수를 부리기보다는 제대로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집중하길 요구한다.

독일의 경우에는 선행학습을 막기 위해 아예 교과서를 학교 밖으로 가지고 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고3 학생들 평균키가 10년전보다 줄었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학생들이 느끼는 행복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인 오명도 갖고 있다.

교육부가 교육 문제 해결에 보다 진정성 있는 정책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