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 필리버스터 5시간32분 발언…새누리 퇴장, 더민주 무제한토론

2016-02-24 07:14
'대테러지침' 완독하며 시간끌기…野의원들 "천천히, 천천히!"
새누리 "선진화법 잘못 보여줘"…국민의당·정의당도 토론 동참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3일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국회법에 규정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벌였다.

이날 오후 7시 7분께 첫 토론자로 단상에 오른 더민주 김광진 의원은 24일 오전 0시 39분까지 총 5시간 32분간 쉬지않고 발언했다. 지난 1964년 4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운 최장시간 발언 기록인 5시간 19분을 갱신했다.

김 의원은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말했고 A4 용지 15장짜리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중간에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4시간 하셨는데 목이 괜찮겠느냐. 다른 의원에게 넘겨도 괜찮을 것 같은데"라고 제안했지만, 김 의원은 "조금 더 하겠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의원이 시작하자 우르르 본회의장을 떠났고 더민주 의원들은 김 의원에게 "천천히, 천천히!"라고 주문했다.
 

더민주 김광진 의원은 23일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24일 오전 0시 39분까지 총 5시간 32분간 쉬지않고 발언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사회를 보던 정의화 의장은 눈을 감고 앉아 김 의원의 발언내용을 듣고 있다가 오후 8시께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교대했다.

더민주에 비해 테러방지법에 전향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국민의당도 동참, 문병호 의원이 김 의원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두 번째로 토론에 나섰다.

테러방지법과 직권상정에 반대 입장을 밝힌 정의당도 박원석 의원이 더민주 은수미 의원에 이어 4번째 토론자로 이름을 올렸다.

새누리당은 이날 두차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오후 8시 40분께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야당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이철우, 박민식, 권성동, 김용남, 하태경 의원이 찬반토론 발언을 신청했지만 이후 전원 취소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가 끝나길 기다리는 것밖에는 대응책이 딱히 없다. 국회선진화법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이날 무제한 토론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제안하고 김광진, 은수미 등 일부 강경 성향 의원들이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면서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야당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도록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열린 더민주 의총에서는 다수의 의원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병헌 전 최고위원은 "테러방지법이 필요하다는 국민 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박범계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정원의 권한 남용 측면을 통제할 방안을 협상하자"고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무제한 토론이 종료되면 곧바로 표결을 실시해야 한다. 여당이 원내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테러방지법이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