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카드사 달래기 성공할까? … 무서명거래 확대 ‘진통’

2016-02-22 14:08

 


아주경제 전운 기자 = 지난달 말부터 신용카드 무서명거래 확대 정책이 시행됐지만, 성사는 단 한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뿔난 카드업계를 달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전격 도입한 정책이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금융당국은 무서명거래 확대를 통해 카드사들의 비용을 절감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밴사의 눈치를 보는 카드업계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업법시행령 및 감독규정'을 개정해 지난달 31일부터 전표수거가 필요없는 무서명거래를 확대키로 했다.

밴사에 제공하는 수수료 가운데 전표수거비를 아껴, 카드사들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밴사가 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가맹점과 협약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카드사의 통보만으로도 무서명거래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금융위가 계획한 무서명거래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와 밴사와의 마찰 때문이다.

신용카드 결제 대행업무를 맡고 있는 밴사들로서는 무서명 거래가 확대되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결제 1건당 120원의 수수료 중 전표 수거비는 건당 30~40원 가량이다. 전표 수거가 필요없는 무서명거래가 확대되면 밴사들은 수익의 30% 가량이 줄어든다.

특히 소액 결제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가 확대되면 밴사들은 사실상 아사 직전까지 내몰리게 된다. 

이에 밴사들은 카드사들의 무서명거래 확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심지어는 무서명거래 확대시 해당 카드사의 결제를 거부하겠다는 방침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밴업계 관계자는 "밴사들이 가맹점과 단말기를 직접 관리하다 보니, 특정 카드사의 결제 여부를 밴사들이 결정할 수 있다"며 "카드사가 무작정 무서명거래를 확대해 밴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면 결제 거부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밴사의 승인망을 이용하지 못하면 여신금융협회가 제공하는 공용망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2일 정도면 끝날 결제업무가 1주일 이상으로 늘어나 카드사들로서는 업무처리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현대카드가 대형 가맹점들과 대규모로 3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를 확대하려 시도하자 밴사들은 가맹점 단말기에 현대카드 승인코드를 삭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로인해 현대카드는 무서명거래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카드업계는 지난달 31일부터 통보에 의한 무서명거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단 1건도 확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밴사와의 의견 조율 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밴사들이 승인 거부 등을 동원할 경우 카드사로서는 상당히 골치 아프다"며 "밴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무서명거래 확대 정책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