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미 환율버전 ‘슈퍼 301조’ 법안 발효 눈앞, 대응책 마련 시급”
2016-02-14 11:00
주요 교역국 대상 환율개입 제재안 BHC 수정법안, 대통령 서명 절차만 남아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교역국의 저평가된 통화를 ‘수출 보조금’과 마찬가지로 보고 제제를 가할 수 있도록 한 미국 정부의 환율판 ‘슈퍼 301조’ 법안인 ‘베넷-해치-카퍼(이하 BHC 법안)’ 수정법안 발효가 발효를 눈 앞에두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14일 발표한 ‘Bennet-Hatch-Carper 수정법안 검토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무역법 1974을 새롭게 수정한 ‘무역촉진법 2015’를 발의하고 상하 양원 통과를 거쳐 현재 대통령 서명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BHC 법안은 ‘무역촉진법 2015’ 중 교역상대국의 환율에 관한 규정을 통칭하는 법안이다. 한경연은 “BHC 법안이 발효될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무역, 외환, 통화, 산업 등 경제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BHC 법안은 미국이 교역국의 불공정한 무역제도나 관행에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만든 법안인 슈퍼 301조의 외환버전으로 볼 수 있는데, BHC 법안은 상대 국가의 통화가치를 기준으로 해당 국가 전체에 법을 적용하고 있어 슈퍼 301조보다 더욱 강력하다”고 말했다.
‘슈퍼 301조’는 미국의 무역법 1974(Trade Act of 1974)를 수정해 1988년 발효된 법안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불공정무역 국가를 조사하고 불공정무역 관행이 시정되도록 교섭하며 시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상대국 수출품에 대해 반덤핑관세나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복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 본래 1989년~1990년 2년간 운용하는 한시법으로 제정됐으나 부활과 연장을 거듭·지속하고 있는데, 우루과이라운드협정(UR)의 다자간 정신과 자유무역의 기본정신에도 어긋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경연은 “BHC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얻는 나라, 세계를 상대로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를 만드는 나라, 자국 통화를 저평가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개입을 하는 나라들이 통화 저평가 여부에 대한 조사·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1차 적용 국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 중국, 대만, 이스라엘 등과 더불어 2000년 이후 지속적인 대미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최근 3년간 전체경상수지 역시 GDP 대비 6%를 상회할 만큼 크다. 경제규모나 여러 가지 국제정치의 지형을 볼 때, 중국과 이스라엘보다는 우리나라와 대만처럼 경제규모가 비교적 작고 정치적 영향력도 미미한 나라들이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김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해당법안의 잠재적 파급력을 사전에 점검하고 데이터와 새로운 연구결과에 기초한 외환·통상 외교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제금융센터 등 관련 기관간의 공조체계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USTR과 유사한 기능을 했던 기존 통상교섭본부를 부활시키고 외환·통상 연계 부문을 추가한 조직을 상설화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