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면 중단' 박근혜 대통령 초강수…한반도신뢰프로세스 사실상 백지화

2016-02-11 15:53
'한미일 vs 북중러' 신냉전구도 감수하고 북한 체제 겨냥 강공
신뢰프로세스 등 3대구상 변곡점…북한핵포기 없으면 제재 가속화
남북관계 최악의 빙하기…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우리기업 피해 커질 듯 실효성 논란도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집권 4년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한미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협의 착수, 남북교류의 상징적 보루였던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가동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동북아 외교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는 한·미·일 대(對) 북·중·러라는 신(新) 냉전구도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외교정책 기조를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는, 이른 바 새판짜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먼저 박 대통령이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대화와 협력을 병행하겠다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사실상 접고, 새로운 대북 기조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의 효과없는 제재에 기대는 대신 한미일 독자제재에 무게를 실으면서 북중러 협력체제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은 우리정부의 독자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동참을 이끌어내겠다는 압박이다. 정부는 러시아에 대해서도 올해 상반기 중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진행하던 나진-하산 프로젝트 관련 협의를 잠정 중단할 방침이다.

톈안먼(天安門) 성루 외교 등 역대 최상으로 평가되던 한중관계가 북핵실험을 계기로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박 대통령은 북핵 포기에 우선 순위를 두고 동북아 외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미간 사드 배치 공식협의 착수와 맞물리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발만 불러일으켜 유엔안보리의 효과적인 대북제재를 이끌어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성공단 재가동 역시 ‘북한의 핵ㆍ미사일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사실상 완전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사상 유례 없이 초강경 승부수인 셈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아온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 동북아평화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통일·외교 전략들 역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대해 "도발엔 단호히 대응하고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두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핵·경제 병진노선 포기가 대북외교의 1순위로 부상한 만큼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화 국면이 쉽게 열리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져 온 햇볕정책의 흔적을 사실상 지우는 상징적인 조치로 해석되고 있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 정치적으로도 논란이 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정부는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6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되었다. 결국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며 '돈줄 차단'로 북한을 옥죄겠다고 했지만, 개성공단 중단으로 북한이 입을 피해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고, 오히려 우리 측 입주기업 피해규모만 천문학적으로 늘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실제 2013년 5개월 간 가동이 중단됐을 때 당시 234개 입주기업은 1조566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통일부에 신고한 바 있는데, 영구 폐쇄가 될 경우 기업들의 줄도산은 불가피하다는 게 입주기업 측의 입장이다.

유엔안보리 제재가 나오기 전에 독자적으로 극약 처방에 나선 것이 지나치게 섣부른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독자적 대북제재의 마지막 카드를 사용하면서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도 없어졌고, 개성공단을 폐쇄한다 해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동참할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개성공단은 한반도 정세의 바로미터였다. 그 부분이 닫히고 냉전시대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며 “앞으로 안보 리스크는 지금까지와는 패턴이 많이 달라질 것이고 국가 리스크는 더욱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