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텔레콤 중국 스마트 시티 사업 사실상 철수

2016-02-11 09:00
최태원의 '차이나드림' 무너지나... 발목 잡는 SK텔레콤

[아주경제DB]

아주경제 박정수·이소현 기자 = SK텔레콤의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시(成都市) '스마트시티' 구축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부동산 경기 지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긴축경영에 돌입한 것이다.

10일 중국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서 진행하던 스마트시티 사업을 전격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현지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청두시에서 스마트시티 관련 홈네트워크 사업에 진출하려 공을 들였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현지 중국인 채용 직원은 유지 시켜놓고 본사 한국인 직원은 모두 철수했다. 계속 사업 숙제로 놔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10년 SK텔레콤은 중국 내 스마트시티 구축 및 운영사업 추진을 위해 중국 최대 건설회사인 중철2국(중국중철2국집단유한공사)과 손잡고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 중외(中外) 합작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합작회사 자본금은 약 130억원이며, 지분은 SK텔레콤이 60%, 중철2국이 40%다.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추진하는 사업은 ’진마 스마트시티’로 중국 쓰촨성 청두시 진마강(江) 유역 상업·주거단지에 IT기술을 도입해서 지능화된 도시 공간 및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차세대 사업이다.

중철 2국은 2020년까지 진마강 유역 26㎢의 면적에 친환경 스포츠 중심의 상업·주거 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며, SK텔레콤은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단지에 첨단 IT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도시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추가적인 사업진행 상황이나 합작사에 대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과잉투자에 따른 거품이 급속도로 빠지면서 중국의 '부동산 황금기’가 막을 내렸다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라, SK텔레콤의 스마트시티 사업 재개가 불투명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 재건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프로젝트는 중국 시장에서 지속적인 사업기회를 찾아온 SK텔레콤이 중철2국에 제안해, 1년여간의 집중적인 검토와 협의를 통해 이루어졌고, 현 SK텔레콤 수장인 장동현 사장이 야심차게 내세운 생활가치와 통합미디어, 사물인터넷(IoT) 등 3대 혁신 전략과도 상통하는 사업이다.

무엇보다 SK텔레콤은 청두시 스마트시티 사업을 계기로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검증하고 향후 지속적인 중국 사업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실제 국제 금융정보 제공업체 CEIC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개발종합지수인 부동산 경기지수는 지난해 11월 93.4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94수준)보다도 밑돈다.

부동산 경기지수는 부동산개발투자액, 자금조달방식, 토지개발면적, 미분양면적, 주택시공면적 등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지표를 활용해 부동산 경기를 측정하는 지수다. 2000년에 100포인트를 기준으로 현재 95 이하이면 부진, 105 이상이면 호전으로 판단한다.

특히 이 지수는 SK텔레콤이 중국 청두에 진출했던 당시 2010년 3월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2011년에는 100포인트를 하락했고 지난해까지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현지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여의치 않다. 홈 시스템을 적용하면 아파트 단가가 높아지는 데다 공급이 너무 많다. 게다가 아파트 값이 내려가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중 중국 주택가격은 핵심 도시지역(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지역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전년 동월 대비 9.4% 상승한 6500위안/㎡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완전히 철수했다는 것은 아니다. 확정된 바는 없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재개할 것"이라며 "중철2국 측의 입장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