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홀로서기 ‘정몽혁’의 현대종합상사가 그리는 미래는?(종합)
2016-01-26 10:53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범 현대가 2세’ 가운데에서도 유독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 오랜 시간 돌고 돌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그의 진가는 어떻게 발휘될까?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18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종합상사(19.37%)와 현대씨앤에프 주식(12.25%)을 각각 현대씨앤에프와 정 회장에게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씨앤에프(19.37%)가 현대종합상사의 최대 주주가 된다. 현대씨앤에프는 정몽혁 회장측이 21.15%(기존 지분 8.90% 포함)를 보유해 최대 주주에 오른다. 빠르면 오는 4월 계열분리 작업이 마무리되고, 정 회장의 독립경영체제가 시작된다.
동아일보 기자를 지냈고,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던 아버지가 이른 나이에 독일 유학 도중 사망한 뒤, 정 회장은 큰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정 명예회장은 생전 그를 친아들과 같이 대하며 부족함이 없도록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1989년 28세 나이에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한 그는 32살이 되던 해인 1993년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라 최고경영자(CEO)의 길로 들어섰다.
한화에너지 인수한 직후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로부터 외자유치를 성사시키며 2000년 1월 인천정유와 함께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재계서열 13위의 현대정유그룹을 세우며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최대주주가 된 IPIC와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2002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 회장, 아주금속공업(현 현대메티아) 등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현대가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며 모습을 감춘 그는 2009년 현대중공업이 현대종합상사를 인수하자 대표이사 회장으로 복귀했다.
인수 당시 물밑작업을 정 회장이 담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종합상사가 정 회장의 품으로 안기는 게 아니냐는 예상은 그 때부터 나왔다.
그로부터 7년 뒤 전망은 현실이 됐다. 14년 만에 그는 다시 그룹 수장으로의 삶을 시작한다.
현대종합상사는 과거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해외진출을 도맡았던 기업이다. 현재도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범 현대가의 수출입 업무를 일정 부문 진행하고 있다.
이런 현대종합상사가 그룹으로 독립 출범했다는 것은 법적으로는 남이 된 범 현대가를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정 회장은 오너일가 모두와 벽이 없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현대종합상사의 주인으로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는 현대종합상사는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014년 매출 5조3668억원에 389억원의 영업실적을 올렸다. 산업플랜트, 차량, 건설장비, 철강, 화학 등의 무역업과 중동지역 액화천연가스(LNG) 등 자원개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정 회장의 현대종합상사는 무역거래 영역을 확장하며 다른 분야도 과감하게 육성할 방침이다. 국내 제품 수출에 주력했던 트레이딩의 경우 글로벌 삼국 무역의 비중도 늘린다.
국내 기업 제품뿐 아니라 해외 각 지역의 유망 제품을 발굴해 국제 시장을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중후장대형 산업재를 주로 다뤘던 사업영역을 경박단소형 제품과 식료품이나 서비스 분야로도 넓혀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무역 거래 이외의 신성장동력 분야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창립 40주년을 맞아 회사의 핵심 가치를 새롭게 수립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회사 창립 40년사를 제작하기 위해 테스크포스팀을 꾸린 현대종합상사는 전통의 ‘현대 정신’을 계승하면서 종합상사 중심의 인재상을 재정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