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신이 지구 창조했다고 믿는 사람 0명"…과학과 종교 분리

2016-01-25 11:22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믿는 응답자는 단 0%로 아무도 없었다. 기독교가 국교인 아이슬란드에서 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이슬란드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5세 이하 가운데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믿는 응답자는 단 1명도 없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슬란드의 윤리 인도주의 협회가 의뢰해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93.9%가 우주는 '빅뱅'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답했고, 나머지 6%는 '모른다'고 답했다. 최소한 응답자 가운데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이슬란드인 중 55세 이상 가운데 80.6%는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11.8%는 무신론자라고 답했다. 반면, 25살 이하 연령대에서는 40.5%가 자신을 무신론자로, 42%가 기독교인이라고 답해 유독 젊은층에서 무신론자가 많았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20년전에 비해서 아이슬란드인의 종교적 믿음이 큰 폭으로 변화한 것을 반영한다. 20년 전에는 전체 아이슬란드인 중 87%가 스스로를 신앙인으로 답했는데 오늘날에는 46%까지  대략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무신론자는 13%에서 54%로 대폭 늘었다.

아이슬란드의 이러한 변화는 일부의 지역과는 반대다. 지난 2014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34세 이하 연령대일 수록 종교를 믿는 경향이 높았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34세 이하 연령대에서는 10명 중 8명이나 스스로를 신앙인으로 여겼다. 

이번 여론조사가 아이슬란드 내 새로운 종교관의 등장을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이슬란드 대학교의 종교학 교수인 솔베이그 안나 보애스도티르는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관대함이 확대되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세속화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며 과학의 진보가 아이슬란드 국민의 종교 태도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젊은 세대 중에서 스스로를 기독교라고 여기는 인구가 40%나 되는 점을 지적했다. 40% 중 누구도 신이 지구를 창조했다고 믿지 않은 것은 "신을 믿는 것과 과학적 이론을 수용하는 것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과학 이론과 종교적 신념을 따로 분리하는 종교관이 등장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