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성주 "문재인 사퇴 천명, 더 큰 야권통합 위한 것…경제민주화로 총선 승리”

2016-01-25 00:00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16년 총선 승리와 2017년 정권교체를 통해 경제민주화의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정리)=아픈 나날의 연속이다. 당이 쪼개지는 '전쟁 같은 일상'의 도돌이표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전북 전주덕진)의 고백이 그랬다. 당의 중책(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맡은 그는 무력감과 허무감이 적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때 부와 명예를 버리고 '사회적 진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야겠다고 다짐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찢길 대로 찢긴 제1야당과 범야권의 상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한 줄기 빛'을 잡고 싶었다. 그래서 더민주 전북 소속 의원들과 당 잔류를 공식 선언했다.

누구나 차별 없이 사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고 싶었다. 희망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 풀뿌리부터 자립하는 '사회적 경제'를 만드는 데 작은 밀알이 되자는 꿈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겼다. 답은 2016년 총선 승리와 2017년 정권교체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다. 서민·중산층과 노동자·중소상공인을 위한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남겠다는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했다.

◆호남발(發) 엑소더스가 정국을 강타하는 상황에서 더민주 전북 의원들은 지난 18일 당 잔류를 선언했다. 명분은 '통합과 단결'이다. 왜 잔류 선언까지 하게 됐나.

"잔류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떠나는 사람들이 '특별한 행동' 아닌가. 그런데 마치 탈당한 것을 '대단한 결단인 양' 보는 것이 이상했다. 당에 남은 의원들과 당원들은 기득권 세력으로 비쳐졌다. 이 기현상을 바꾸고 싶었다. 탈당파 의원들은 '친노 패권주의 때문에 떠난다', '문재인 대표가 사퇴를 안 해서 떠난다'고 했다. 무엇이 싫어서 당을 떠난 것이 있을 수 있나. 없다. 조직 구성원의 임무 중 하나는 그 안에서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이다. 탈당한 의원들을 만나서 설득했지만, 결국 하나둘 당을 떠나기 시작했다. 무력감과 허무함이 있었다. 선언이라도 해야겠더라. 그래서 혁신과 통합, 단합을 통해 승리하자고 선언했다."

◆야권발(發) 정계개편 과정에서 호남 민심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통상적으로 전북은 광주·전남과는 다른 민심의 흐름을 보인다. 지역에서 느낀 '바닥 민심'은 어떤가.
"떠나는 광주·전남 의원들에게 물었다. '왜 당을 떠나느냐'고. (하나같이) '민심이 원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말을 하더라. 민심은 시시각각 변한다. 민심이 바뀌면 다시 돌아올 것인가. 새누리당이 더 많은 지지를 받으니까, 야당의 길을 포기하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물론, 민심을 존중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민심을 쫓아가는 정치를 해선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거다. 그런 정치를 해야 한다."

◆더민주를 탈당한 호남 의원들의 명분 중 하나는 '야권통합'이다. 이것은 단순한 반대가 아닌 야권 재편을 위한 목표 지향점이 아닌가.

"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워 '분열을 합리화'하는 주장이다. (기울어진 운동에서) 야당은 결국 소수다. 그래서 뭉쳐야 한다. 야당은 야당답게 통합을 통해 집권한 뒤 정치적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 현재 지지를 못 받는다고 자기가 옳다고 믿는 신념과 정치철학을 버려서야 되겠나. 일련의 탈당 사태와 신당 창당은 '보수와 TK(대구·경북) 패권주의'를 영구적으로 허용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호남발 엑소더스 현상에 대해 “일련의 탈당 사태와 신당 창당은 '보수와 TK(대구·경북) 패권주의'를 영구적으로 허용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본격적인 당 관련 질문이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가 2선 후퇴가 아닌 '사퇴'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2·8 전국대의원대회 이후 약 1년 만이다. 안타까운 심정일 것 같다.

"당내 선거를 통해 지도부를 선출했으면, 임기 동안 지도부의 권위는 보장돼야 한다. 내부 단합조차 꾀하지 못한 야당이 국민적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중심인 위가 흔들리는데, 어떻게 아래가 튼튼할 수 있겠느냐. 지난해 4·29 재·보궐선거 패배 당시 '문재인 사퇴론'이 불거진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재·보선 때마다 대표가 물러난다면, 우리 당의 지도부는 매년 몇 번씩 바뀌어야 한다. 여당은 위기 때마다 똘똘 뭉치지 않나. 반면 야당은 사사건건 분란을 일으키고, 대표직 사퇴를 촉구한다. 그러니까 야당이 신뢰집단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거다."

◆문 대표가 사퇴의 변을 통해 '백의종군'을 천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문재인 역할론'에 대한 전망이 분분한데.
"'더 큰 통합과 승리'를 위해 자신이 물러나 있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것 같다. 현재 지도부 공백이 '더 큰 야권통합'이란 성과를 만들 수 있다면, '문재인 사퇴'가 총선과 야권통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100석 이하'니, '수도권 참패'니 하는 비관론이 만만치 않다. 당의 핵심적인 인사로서 더민주만의 총선 전략이 있다면.

"선거는 구도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는 필패다.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수도권에서만큼은 꼭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통합과 연대를 추진해야 한다. 이것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야당이 집권하면, 어떤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를 보여줘야 한다. '좋은 정책'과 '공약'을 구호를 통해 드러내야 한다. '국민 눈높이 생활공약'으로 승부해야 한다. 지난해 당의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맡으면서 당 정책 등을 만들어왔다. 지금 거의 마무리단계다. (이르면) 다음 주 확정된다. 이번 총선에서 일대일 구도를 만들고 국민이 감동할 수 있는 멋진 공약을 만들어서 승부를 펼치겠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사퇴를 천명한 것과 관련해 “2016년 총선 승리와 더 큰 야권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이제 더민주는 '김종인 선대위' 중심으로 4·13 총선까지 정면 돌파해야 한다. 문 대표의 '김종인 카드' 이후 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올드보이의 귀환'이란 지적도 있는데.

"'김종인 선대위'는 아주 좋은 카드다. 일각에선 '옛 인물이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 있었다' 등의 비판도 있었다. 김종인 위원장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경제민주화'다. 더민주에는 세 가지 강령이 있다. '복지국가·경제민주화·한반도 평화통일'이다. 경제민주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 '김종인'이다. 18대 대선 때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코스프레를 한 뒤 김 위원장을 버리지 않았나. 우리 당이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선언의 의미도 있다."

◆안철수 신당 측에서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참여 등을 고리로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안 의원이 다급한 것 같다. 안 의원 스스로 더민주가 이분법적 운동권 사고에 빠졌다고 비판하지 않았나. 모순이다. (그런 논리라면) 안 의원은 이명박(MB) 정부 때 (각 위원회에서) 자문위원을 했는데, 그것에 대해선 뭐라고 변명하겠느냐."

◆20%대 육박하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나. 거품인가, 아니면 실체인가.

"실체도 있고 거품도 있다. 양당 체제에서 포괄할 수 없는 지지층, 즉 중도·무당층이 분명히 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일시적으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으로 신당 지지율이 올라갈 수는 있다. 하지만 차별화된 정책노선이 없고 리더십이 안정화되지 못한다면, 신당에 대한 지지는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후 이탈된 지지층은 양쪽 정당으로 흡수될 것이다. 신당세력이 기존 정당에 들어간 뒤 정권을 잡은 적은 있지만, 독자적으로 양쪽 정당의 지지층을 흡수해 집권한 사례는 세계사에도 없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라며 “이것을 타파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없다고 단언한다”고 전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 [기사정리=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는 역시 경제정책이다. 일단 4년 전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로 총·대선을 석권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평가해 달라.

"용어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치민주화'는 특정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의 분배다. 경제민주화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다. 부가 재벌·대기업 등 소수집단에 집중되지 않았나. 또 집중된 부는 세습된다. 그것이 바로 '금수저·흙수저' 논란이다. 이것을 타파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없다고 단언한다. 결국 경제민주화란 소수집단에 집중된 과도한 경제권력을 완화하자는 거다."

◆2017년 체제 논쟁의 핵심인 '경제민주화 시즌 2'는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하나.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혁과 노동자·소비자권한 강화가 핵심인가.

"경제민주화를 넓게 해석해야 한다. 첫 번째는 대기업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해소다. 이것은 재벌·대기업 집단의 소유지배 구조를 비롯해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완화, 중소·중견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과 맞물려 있다. 두 번째는 노동권 보호다. 대기업 등에 대한 보호정책은 있지만, 노동자 보호정책은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을 가지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1·2위를 다툰다. 노조 조직률은 10%도 채 안 된다. 비정규직 비율도 높다. 게다가 저임금 구조다. 해법은 노동권에 대한 엄격한 보호다. 세 번째는 소비자 권리보호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소비자는 봉이 아니다. 주인이다. 그런데도 기업의 부당한 가격 등에 따른 소비자 권리 침해 현상이 많이 일어난다. 이 세 가지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정치인 김성주의 꿈은 무엇인가.
"세상을 바꾸고 싶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참 어렵더라…(웃음). 철옹성처럼 바뀌지 않는 모순을 매일 일상적으로 느낀다. 누가 모순된 시스템을 유지하느냐. 재벌권력과 행정권력의 동맹이다. 카르텔을 형성한 이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결국 민주화다. 정치민주화·경제민주화 등 각 분야의 민주화를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민주화를 꾀해야 한다. 답은 하나다. 정권교체밖에 없다."

[대담=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 정리=최신형 기자]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프로필

△1964년 4월 10일 전북 전주시 출생 △전주고등학교·서울대학교 국사학 학사 졸업 △제8∼9대 전라북도의회 의원(2006∼2012) △제19대 국회의원 당선(2012~현재) △제19대 국회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2013) △제19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2013~2014) △제19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2014~현재) △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