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대 총선을 말한다] ⑰多與多野, 與 ‘제한적’ vs 野 ‘전면적’…그래도 연대하는 쪽이 이긴다

2016-03-24 18:10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6년 4·13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대선), 2018년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등이 잇따라 열린다. 특히 차기 총선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산물인 ‘87년 체제’, 외환위기를 초래한 ‘97년 체제’ 이후 새로운 질서를 가늠하는 이른바 ‘정초(定礎) 선거’가 될 전망이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민주화 시대의 역사 재평가작업과 맞물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키는 국민이 쥐고 있다. <편집자 주>

“이제는 연대다.” 선거연대가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의 핵심 변수로 급부상했다. ‘유승민발(發) 탈당’ 사태로 분열의 잔혹사는 여야를 강타한 이슈로 돌변했다.

‘호남발 엑스더스’로 촉발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다여다야(多與多野)로 재편, 선거 판세가 안갯속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범보수 대 범진보’ 간 진영 대결만이 아닌 선거의 새판 짜기가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多與多野, 與野 다른 속내 왜? 

24일 여야 관계자와 정치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다여다야 구도의 여야 유·불리는 확연히 다르다. 여권 분열에 따른 손상은 ‘제한적’이다. 반면 야권 분열의 상처는 ‘전면적’, 즉 필패다.

2008년 총선 때 친이(친이명박)계의 친박(친박근혜) 학살로 촉발한 보수 분열(친박연대 출범)에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은 153석으로 압승을 거뒀다. 당시 보수진영은 한나라당, 자유선진당(18석), 친박연대(14석)로 분열된 채 총선을 치렀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를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제1야당이었던 통합민주당은 81석에 그쳤다. 야권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으로 각자도생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야의 분열 내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일반적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가 야권 성향 유권자의 충성도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8년 여권 압승의 원인인 ‘뉴타운 선거’ 등 전선구도나 야권의 빈약한 선거전략(반이명박근혜) 중 하나만 충족하더라도 보수진영이 이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도 ‘임기 초 인사 난맥→2014년 세월호 사태·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인 십상시 파문→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에서만 30%대로 주저앉았을 뿐, 현재도 40% 중반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보수진영이 박 대통령과 같은 대중 소구력 높은 인물을 계속 내세운다면, 장기집권도 어렵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5% 박빙 지역선 ‘연대는 상수’

다여다야 구도의 여야 유·불리는 지역적 범위와도 직결된다. 다야 구도는 ‘전국적 현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일여다야 구도는 전체 253곳 가운데 188곳에 달한다. 이 중 110곳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원내 야 3당이 모두 후보를 낸 지역도 53곳(수도권 33곳 포함)이다.
 

국회 본청. 선거연대가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의 핵심 변수로 급부상했다. ‘유승민발(發) 탈당’ 사태로 분열의 잔혹사는 여야를 강타한 이슈로 돌변했다. ‘호남발 엑스더스’로 촉발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다여다야(多與多野)로 재편, 선거 판세가 안갯속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범보수 대 범진보’ 간 진영 대결만이 아닌 선거의 새판 짜기가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하지만 다여 구도는 ‘제한적 현상’이다. 이날(오후 2시) 현재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 11명 중 진영(서울 용산)·이재오(서울 은평을)·윤상현(인천 남구을)·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 의원을 제외한 7명의 지역구는 대구·경북(TK) 4명과 부산·경남(PK) 3명이다. 영남권의 표심 충성도가 타 지역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물구도에서 비교우위를 지닌 유승민 의원 등 극소수의 인사만 선거변수가 될 전망이다.

역으로 ‘5% 박빙 승부처’인 수도권에선 다여 구도가 선거판을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앙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2012년 총선 때 수도권 전체 선거구 112곳(서울 48곳·경기 52곳·인천 12곳) 중 ‘5% 박빙 승부처’는 31곳(서울 15곳·경기 15곳·인천 1곳)인 27.7%에 달했다.

1000표 미만의 초박빙 지역도 서울 4곳(성동을·중랑을·서대문을·강서을)과 경기 5곳(성남 중원·안산단원을·고양덕양갑·고양덕양을·시흥갑) 등 9곳이었다. 진영(서울 용산)·이재오(서울 은평을)·윤상현(인천 남구을)·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 의원 지역구는 다여 구도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센터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다여다야 구도’의 변수 여부와 관련해 “수도권에서 비중 있는 친이계나 비박계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나오지만, 전면적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인물 경쟁력이 있는 일부 인사들을 빼면, 예상보다 분열에 따른 표 분산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6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제안한 '야권통합'과 관련해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과의 수도권 연대 가능성마저 일축하며 독자노선 의지를 밝혔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