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기준가 신뢰성과 가치

2016-01-20 10:31

 

 최욱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본부장보

금리는 돈의 가격이다. 증권을 거래할 때 가격이 매겨지는 것과 같이 돈을 빌려주고 받을 때도 금리가 정해진다. 금리 중에서도 은행연합회가 발표하는 코픽스(COFIX)금리는 주택담보대출시 적용되는 기준금리다. 대출자의 신용에 따라 일정 스프레드를 반영해 적용된다.

글로벌 기준금리인 리보(LIBOR)는 런던에 기반을 둔 주요 은행간에 이루어지는 자금대차 이자율의 평균이다. 5개 주요통화에 대해서 하루부터 1년까지 7개 기간에 대한 이자율이 산출돼 전 세계로 공표된다. 리보금리는 금융기관간 거래 및 모기지에 대한 기준 이자율로 이용되며 다양한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이 된다. 1980년대부터 영국은행연합회(BBA)에서 산출한 이후 수천 조 달러 이상의 금융거래가 리보를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리보금리는 더 이상 영국은행연합회에서 산출하지 않는다. 조금 이상해 보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산출기관은 뉴욕거래소(NYSE)다. 2012년 발생한 조작사건의 여파로 1파운드에 뉴욕거래소로 매각됐다. 글로벌 금융허브 런던은 타격을 입고 뉴욕거래소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기회를 얻게 됐다. 당시 리보금리가 직접 창출하는 이익은 연간 200만 달러 이상으로 평가됐는데 뉴욕거래소의 모회사인 ICE그룹은 리보와 관련된 다양한 파생상품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가장 신뢰받던 리보금리에 대한 의심은 2008년 5월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 기사로부터 시작됐다. 신용경색 와중에도 은행시스템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고, 몇몇 주요 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조달금리가 더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느 메이저 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0.87%포인트 낮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주요 은행의 조달금리가 실제 금리보다 유리하게 과장되고 있다는 영란은행 관계자들의 발언도 잇달아 보도됐다.

언론의 보도에 대하여 영국은행연합회는 리보금리의 건전성과 신뢰성은 의심할 바 없다고 반박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주요 은행들이 금리조작에 가담한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하여 일부 시장참여자와 언론의 의문 제기에도 불구하고 리보금리는 달러 자금조달 시장의 가장 정확한 기준 이자율이라고 공표했다.

2012년 7월 파이낸셜타임즈는 전직 트레이더와 인터뷰를 통해 리보금리 조작이 1991년 이후 만연했다는 기사를 냈다. 유사한 보도가 BBC와 로이터에서도 방영됐다. 그 후 미국, 영국 및 스위스 정부는 바클레이즈, UBS,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은행에 4억5000만 달러에서 15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했다. 주요 은행의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고, 운영책임자 및 트레이더가 기소됐다. 리보금리를 감독하는 은행연합회 내부위원회는 작동하지 않았고 거의 개최된 적도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2014년까지 금융기관이 지불한 벌금 총액이 14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각국 정부의 조사에 더하여 EU차원의 조사도 이어졌다. 공모하여 카르텔을 형성한 혐의로 23억 달러의 벌금이 도이치뱅크, 소시에떼제너럴, RBS, JP모건, 시티은행 등에 부과됐다. 리보금리 사건에 대한 조사는 2015년 말까지도 지속됐는데 UBS와 시티은행에 근무하던 트레이더는 조작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리보금리와 관련된 수많은 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 금리가 결정되는 메카니즘은 증권가격이 결정되는 것과 유사하다. 금리가 퍼센트로 표현되고 증권가격은 달러나 원 등 화폐단위로 표시되는 차이가 있지만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기본으로 한다. 공신력있는 기준가격은 결정 과정이 공정해서 객관적으로 믿을만하다고 가치를 인정받는 가격이므로 수많은 거래의 근거가 되고 법적인 효력이 부여된다. 그래서 가격결정 절차부터 공표과정에 조작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나라의 거래소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장감시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