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전통 장수기업 몽고식품, 몰락하기 까지...

2016-01-18 00:01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111년 전통의 국내 대표 장수기업인 몽고식품이 2세 경영인인 김만식 전 명예회장의 직원 폭행 사건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김 전 명예회장이 운전기사 등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실이 연일 폭로되면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몽고식품은 경남 창원시 옛 마산에 기반을 둔 향토기업으로, 지난 2013년 방영된 케이블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극 중 학생들은 미팅자리에서 "마산의 돈은 몽고간장·무학소주·시민극장 이 오빠야들이 다 쥐고 있는기라"라고 말했다. 

간장계란 밥을 자주 먹던 시절에는 '몽고간장'을 넣어야 제일 맛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몽고식품의 전신은 일본인이 마산에서 1905년 설립한 야마다(山田) 양조장이다.

1931년 이곳에 입사해 공장장까지 올랐던 창업주 고 김홍구 회장은 광복이 되면서 양조장을 사들였다.

그는 1년 뒤 몽고식품으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공장 옆에 고려시대 몽골인들이 일본정벌을 위해 마산에 머무르면서 팠다는 우물인 '몽고정' 이름을 땄다.

몽고식품은 '물좋은 마산의 몽고간장'이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하기도 했다.

창업주인 김홍구 회장이 작고하고 1972년 아들인 김 전 명예회장이 회사를 물려받았다. 2009년에는 김 전 명예회장 장남인 김현승 현 대표이사가 3대째 가업을 이었다.

몽고식품은 3대째 간장 제조 한길만 걷다 보니 본사와 공장이 있는 경남지역에서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몽고식품은 2000년대 초반 대형할인점이 확산되면서 전국으로 납품을 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향토기업임에도 몽고간장은 샘표간장, 대상 청정원 간장에 이어 업계 점유율 15%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30개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몽고송표간장, 몽고메주간장, 몽고진간장은 타사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이지만 고급 간장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간장이 주력 제품이지만 된장, 고추장, 쌈장, 당면, 국수, 식초, 물엿, 고기절임소스 등도 시중에 유통하고 있다. 간장을 제외한 다른 식품은 주문자생산방식으로 만들어진다.

2013년에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행한 '가업승계 우수 성공사례집(천년을 꿈꾸는 사람들)'에 소개되기도 했다. 

2014년 기준 매출액은 440억원, 영업이익은 11억원이다.

111년 전통의 회사는 김 전 명예회장의 '갑질'로 오점을 남기게 됐다. 

몽고식품은 지난해 연말 김 전 명예회장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운전기사가 나타나면서 휘청이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불매 운동이 시작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펴졌다.

몽고식품은 곧바로 사과하고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불붙은 반기업 정서는 쉽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김 전 명예회장이 피해자를 찾아 사과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해 사건은 마무리 되는듯했으나 '진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김 전 회장 폭행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는 몽고식품에 대한 특별관리감독에 나서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 법 위반사항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가 시작되고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김 전 명예회장에게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다른 직원들까지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또 최근 김 전 명예회장 일가가 영업이익에 맞먹는 보수까지 챙겨간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 문제까지 도마에 올랐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위법사항이 다수 적발됐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서 김 전 명예회장과 아들인 김현승 대표이사가 함께 처벌될 위기에 놓였다.

현재 몽고식품 창원공장에서 매월 꾸준히 생산되던 간장은 1월 초 기준 5t 트럭 25대 분량에서 13대로 줄었다.

몽고식품은 최초 폭행 피해를 주장한 운전기사를 비롯해 전 관리부장, 또 다른 운전기사 등과 원만한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식 전 명예회장은 현재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상태이며, 회사에서 꼬박꼬박 챙겼던 지원 역시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