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초기 대응부터 방역조치까지 '총체적 부실'

2016-01-14 15:01
감사원, 메르스 예방·대응 실태 감사 결과 발표…질병관리본부 12명, 복지부·보건소 직원 4명 징계
"삼성병원 확진자 90명 중 40명은 접촉사실조차 파악 못해" …병원명 공개 안해 사태 악화
감사원, 보건당국 안이한 대응과 무능이 빚어낸 인재(人災) 결론

아주경제 주진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를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보건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무능이 빚어낸 '인재(人災)'였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는데도 검사를 지연시켜 조기수습의 기회를 놓쳤고, 메르스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병원명 공개 등 적극적인 방역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특히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90명 가운데 40명에 대해서는 메르스 환자를 접촉했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삼성서울병원의 비협조도 사태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14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질본) 등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메르스 예방 및 대응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를 보면 질본은 2013년 7월∼2015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8차례에 걸쳐 메르스 연구·감염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고 2차례에 걸쳐 국내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았는데도 메르스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 지난 2014년 7월 메르스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관리 대상을 환자와 2m 이내의 거리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으로 지나치게 좁게 설정해 상당수가 메르스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같은 허술한 '매뉴얼'로 인해 평택성모병원 엘리베이터에서 1번 환자와 접촉한 환자 등 48명이 관리대상에서 누락됐다.

질본은 지난해 5월18일 오전 10시 강남구보건소로부터 메르스 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그러나 질본은 1번 환자가 방문한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건소에 신고 철회를 종용하고 진단검사를 거부했다.

결국은 최초 신고 접수 후 34시간이 지난 5월19일 오후 8시에야 1번 환자에 대한 검체가 접수됐다. CCTV를 통해 1번 환자가 병실 밖에서 많은 사람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방역망을 병실로 한정한 채 역학조사를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1번 환자와 접촉한 14번 환자 등이 관리대상에서 빠진 채로 삼성서울병원 등으로 이동했고 대규모 3차 감염 환자 발생의 원인이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질본은 또 5월20일∼22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격리 대상으로 제출한 1번 환자와 접촉 직원 27명만 보건소에 통보하고, 나머지 접촉 직원이나 환자 453명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1번 환자와 접촉한 간호사 78번은 격리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아 6월4일까지 진료에 참여했고, 결국 7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5월28일 초기 방역망이 뚫렸다는 사실을 알았는데도 열흘이 지난 6월7일이 돼서야 병원명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방역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사태를 더욱 키웠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5월 30일 대책본부로부터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 제출을 요구받은 후 바로 다음날 678명(주소·연락처 포함)의 명단을 작성하고도 117명의 명단만 제출했다. 나머지 561명 명단은 이틀 후에야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 업무에 협조하지 않았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도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전체 명단을 받은 뒤에도 시·도 보건소에 명단을 통보하지 않고 있다가 6월7일이 돼서야 뒤늦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추적조사 등의 후속조치가 일주일 지연됐고, 결과적으로 4차 감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또 삼성서울병원에서 제출한 접촉자 명단에 보호자 등이 누락됐는데도 추적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삼성서울병원 확진자 90명 가운데 40명이 접촉자로 파악조차 안 된 상태였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총 39건의 문제점을 적발해 징계 8건, 주의 13건, 통보 18건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질본 12명, 복지부 2명과 보건소 직원 2명 등 총 16명이다. 양병국 전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해 해임을 통보한 것을 비롯해 중징계 대상은 복지부 1명, 질본 8명 등 9명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 주무장관이었던 문형표 전 복지부장관에 대해서는 지난해 8월 사퇴했고,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