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굿 다이노’ 피터 손 감독, 정석과 역발상

2016-01-08 10:42

[사진제공=호호호비치]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세대와 종을 뛰어넘어 하나가 되는 과정, 그리고 우정. 이는 ‘토이스토리’, ‘몬스터주식회사’, ‘인사이드아웃’ 등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는 픽사의 단골 서사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이자 정석인 셈이다. ‘굿 다이노’는 여기에 ‘역발상’이라는 재밌는 요소를 끼얹는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낯익고도 낯선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공룡 알로와 본능에 충실한 야생소년 스팟. 이들을 통해 그려지는 정석과 역발상, 그리고 교차지점은 꽤 뭉근한 감동으로 관객의 가슴을 데웠다.

동양인 최초로 디즈니·픽사에 입사해 영화 ‘니모를 떠나서’, ‘인크레더블’, ‘월-E’ 등 다양한 작품에 스태프로 참여한 동시에 목소리 출연과 캐릭터 모델로 활약한 피터 손 감독.

최근 아주경제는 ‘굿 다이노’(감독 피터 손·수입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개봉 전, 정석과 역발상 사이에서 중심을 지켜온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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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많은 캐릭터 중, 주인공 알로가 공룡인 이유는 무엇인가?
- 처음 밥 피터슨 감독이 원작을 구성할 때 강아지와 어린이의 관계를 생각해 추진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받아 진행시키던 중 공룡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됐고 어린아이의 역할을 공룡이, 강아지 역할을 사람이 하면 더 재밌을 것으로 생각돼 캐릭터를 설정하게 되었다.

캐릭터들의 역발상이 인상 깊었다
- 역발상을 하는 것이 재밌었다. 특히 감정 부분에서 공룡 알로는 과거에 대한 집착으로 현대의 삶을 따라잡지 못한다. 미국에서 이런 이들을 ‘공룡’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알로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상실, 과거의 삶에 대한 집착을 스팟을 통해 풀어나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단순히 역할을 반전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성격 또한 역발상의 재미가 있었다
- 최대한 역발상을 하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이 공룡을 생각할 때 무서운 모습을 떠올리지만 재밌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2년이라는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졌지만 많은 리서치를 해왔다. 처음 캐릭터를 생각하면서 공룡들은 웨스턴 카우보이 같은 유쾌한 성격처럼 그리려고 했는데 막상 서부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보니 진중하고 성실하게 살고 있더라. 그 모습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룡과 인간이 공존하는 가상의 원시시대라는 것이 재밌다. 조금 더 나아가서 현대시대를 배경으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 뭐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캐릭터들을 만들어갔다. 생존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만들게 되었는데 실제 공룡 화석을 보면서 다양한 설정들을 떠올렸었다. 공룡이 우주선을 타거나 피라미드를 만드는 것까지 생각해봤는데 결국 열심히 일하고 근면성실한 가족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시대적인 배경도 맞게 설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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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다이노’의 우드부시 역할의 성우로 참여했다. 왜 하필 우드부시인가?
- 처음 캐릭터를 만들고 제작진들끼리 캐릭터의 가상 연기를 한다. 이 캐릭터는 이런 식의 목소리를 가졌을 것이라며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우드부시는 광기 어린 캐릭터로 미친 연기를 선보였는데 제작자 데니트와 ‘굿 다이노’ 스태프들이 재밌어했다. 데뷔 감독의 품위를 지키고 싶어서 이런 연기는 피하고 싶었지만 디즈니 수장이 찾아와 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감독으로서 지키고자 하는 소신이나 원칙이 있다면?
- 저에게 비결이 있다면 단 한 가지다. 제가 하는 이야기에 심장을 쏟아붓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픽사에 입사해 ‘니모를 찾아서’의 스쿠버 장비만 그리는 역할을 했었다. 그 당시 저의 멘토는 ‘너의 진심, 심장을 다 쏟아부어라. 그리고 피드백을 받아라’고 조언했다. 타인이 내 작품을 혹독하게 비평하면 당연히 마음이 아프겠지만 그것을 포기하느냐 마음속 모든 것을 쏟아내느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모든 걸 쏟아붓는 게 영화를 최고의 작품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