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에 대비하라] <상> 겨울 농작물·축제 비상…대책이 없다

2016-01-05 08:12
'따뜻한 겨울'의 저주…'새로운 불황'에 겨울산업 신음
상주, 곶감 곰팡이 등 피해액만 430억…빙어축제 등 취소로 지자체 '시름'
방한용품 매출 30% 감소로 업계 치명타

▲안동 암산얼음축제가 고온현상으로 올해 개최시기가 불투명해졌다. 사진은 지난해 암산에 얼은 빙벽모습. [사진=안동시 제공]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따뜻한 겨울 날씨에 농작물 피해와 겨울축제 취소가 잇따르며 지역경제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이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더 심화될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겨울철 대표 농산물인 곶감은 기온상승으로 상품에 곰팡이가 생기는 등 전국적인 피해액이 43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매년 이맘 때 잘 팔리던 방한용품 역시 예년보다 30% 감소하는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이상기온 영향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지역축제를 기획한 자치단체들은 행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주저앉을 위기에 처했다.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수익창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따뜻한 겨울이 가져온 '새로운 불황'으로 역설적으로 내수는 얼어붙게 생겼다. 

◆겨울 농작물 때 아닌 ‘날벼락’…농가 피해 어쩌나

경북 상주와 전남 일대 곶감 농장이 때 아닌 겨울 고온 현상으로 신음 중이다. 비가 잦고 기온이 높아 곶감이 제대로 건조되지 않으면서 곰팡이가 피거나 물러지는 등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상주는 곶감 생산량이 예년의 60% 수준인 7000톤 안팎에 그치고 있다. 피해액만 430억원에 달한 것으로 상주시는 추산하고 있다.

전남지역은 역시 계획 생산량 3600톤의 46%인 1660톤만 올해 상품으로 나갈 예정이다. 피해액도15억원이 넘고 있다. 피해가 커지자 전남도는 건조장비 700대를 지원하고 도비와 시·군비 5억원을 긴급 투입하는 등 대비책을 세웠다.

전북 완주 곶감 역시 전체 700여개 재배농가 중 650여 농가에서 입은 피해액만 67억원으로 파악됐다.

겨울 곡식과 채소인 보리, 마늘, 양파도 생육 초기 고온현상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식탁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딸기 역시 일조량 부족으로 당도가 떨어졌다.

슈퍼 엘니뇨에 따라 해수 온도까지 상승해 양식에 타격을 줘 '햇김' 등 해조류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유통업체들은 전망했다.

◆믿었던 겨울축제는 어디로…지자체들 울상

지자체의 자체 수익 중 하나인 겨울축제는 이번 이상기온의 최대 희생양으로 떠올랐다. 매년 문전성시를 이루던 대표적 겨울축제인 강원도 인재 빙어축제는 얼음이 얼지 않아 ‘2년 연속 취소’라는 이례적 사례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인제 빙어축제는 지난 1998년부터 시작한 원조 겨울축제라는 점에 이번 행사 취소는 지자체 수익구조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홍천군 홍천강 꽁꽁축제, 경기 가평군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 전북 무주 남대천 얼음축제도 일찌감치 취소를 결정했다.

관련 지자체에서는 “수천 명이 한꺼번에 얼음축제를 즐기려면 얼음 두께가 적어도 20㎝ 이상은 돼야 한다”며 “올해는 축제장 얼음 두께가 5∼10㎝에 그쳐 관광객 안전을 위해 취소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경북 안동 암산얼음축제는 이달 초에 안전 점검을 거쳐 축제 개최 여부와 시기 등을 최종 정하고 지난달 24일 예정된 강화도 빙어축제는 잠정 연기됐다.

남원시는 바래봉 눈꽃축제에 ‘인공눈’으로 대체하며 행사를 강행했지만 썰매장은 인공 눈을 뿌려 만든 어린이 썰매장만 운영 중이다. 대형 이글루를 비롯한 다양한 눈 조각품 전시 역시 기온이 더 떨어질 때까지 연기했다.

◆자취감춘 출·퇴근길 한파…방한용품은 매출 ‘뚝’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나 두툼한 오리털파카와 방한 신발로 무장한 출·퇴근길 한파가 지난달부터 자취를 감췄다. 이로 인해 방한용품 매출은 뚝 떨어졌다. 가장 추워야 할 1월에 방한용품 매출이 하락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장감, 머플러, 방한내의 등 개인방한용품 매출이 전년동월대비 30~40%를 감소했다. 한겨울용 이불은 20% 줄었다.

겨울에도 비교적 다른 지역보다 날씨가 따뜻한 부산은 매출 하락이 더 크다는 게 유통업계의 반응이다.

부산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겨울용 아이템 매출은 줄어들고 그 대체품으로 경량 재킷, 코트, 패딩 조끼 등 활동성이 좋고 두껍지 않은 상품이 잘 팔리고 있다”며 “반면 나들이객이 많아지면서 초콜릿과 제과 매출이 각각 56%와 19% 신장해 포근한 날씨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겨울철에 인기를 끌던 차(茶)류와 에센스, 크림 등 화장품, 자동차 성애 제거용품 매출은 줄고, 기능성·과즙 음료, 맥주, 스킨·로션, 세차용품, 우산 등 소비가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