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공정당국이 중소수급자업자들을 울려온 하도급횡포에 압박을 가하는 등 올 한해 돌려받은 금액(미지급 하도급대금)만 228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치된 금액과 비교하면 76.5%가 증액되는 등 미지급 하도급대금 규모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반증이 나온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하도급 대금 미지급에 대한 2015년 공정위 조치내역’에 따르면 올 한 해 동안 1만7636개 중소업체에게 2282억원의 미지급 하도급대금이 지급되도록 조치됐다. 이는 지난해 조치된 금액인 1293억원에 비해 약 2배 늘어난 수준이다.

대금미지급은 하도급법 위반행위 중 수급사업자에게 직접적이고 가장 큰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로 분류된다. 공정위도 하도급대금 미지급 해소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삼는 등 우리경제의 근간인 중소업체를 고사시키는 원흉으로 지목해왔다.

하도급대금 미지급 위반 유형은 △하도급거래에서 발생한 대금·선급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대금을 어음 또는 외상매출채권 등 어음대체결제수단으로 지급하면서 할인료·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대금을 늦게 지급하면서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그 동안 공정위는 의류·건설·자동차 업종 등과의 현장방문·간담회를 통해 드러난 하도급 미지급 의심 업체 90개사를 대상으로 대금지급 실태조사를 본격화했다.

공정위는 이 중 75개사의 대금미지급을 적발했으며 65개사는 187억원을 수급사업자들에게 돌려줬다. 나머지 10개사는 사건처리가 진행 중이다.

1·2차 협력업체에 대한 조사도 확대하면서 미지급 대금 106억원이 수급사업자들에게 지급됐다. 특히 공정위는 상위 거래단계에 위치한 23개 업체를 대상으로 일명 ‘윗 물꼬 트기 조사’를 실시하는 등 미지급 대금 42억원이 지급 조치되도록 했다.

윗 물꼬 트기 조사 사례를 보면 완성차 제조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2차 협력업체인 A사가 수급사업자들에게 클러치 등 자동차 부품의 제조를 위탁했으나 대금을 미지급한 혐의가 드러났다.

알고 보니 A사에게 제때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완성차 제조업체의 1차 협력업체가 원인으로 드러난 경우다.

또 설·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중소 하도급업체들의 대금 미회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불공정하도급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354억이 지급됐다.

익명제보·서면실태조사 등 직권조사도 미지급 대금 645억원이 지급 조치됐다. 이 밖에 하도급 분쟁조정 제도를 통한 대금 조치도 897억원에 달했다.

중소업계 관계자는 "하도급 미지급 문제는 드러난 것보다 비일비재한 일로 최근 경기 불황과 맞물리면서 더욱 많아지는 추세"라면서 "공정위가 지난해보다 더 많은 하도급 대금을 돌아가게 조치한 것이 반증인 셈"이라고 말했다.

최무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하도급업체들이 ‘일하고서도 대금을 못 받는’ 문제만큼은 확실히 해소될 수 있도록 내년에도 강도 높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며 “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피해 수급사업자 수가 다수이거나, 미지급 금액이 큰 경우에는 대금 미지급 재발방지를 위해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올해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세부 업종별로 분석하고 법위반 혐의 업체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업종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