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내각 인사청문회, 날선 검증커녕 ‘맹탕’ 우려

2015-12-30 03:13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청문회 사무실에 출근하던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2016년 새해 정국은 박근혜정부 새 내각의 인사청문회로 포문을 열게 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5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다음달 6일부터 줄줄이 예고돼 있다.

여야 모두 신년 초 정국의 기선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날선 후보자 검증은커녕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보자 5명 중 유일호 후보자는 국토교통부 장관 출신으로 이미 한번 청문회를 거쳤고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새누리당 의원 출신이어서 도덕성보다는 전문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과거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은 같은 동료 의원들의 배려(?) 덕인지 해수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6시간 만에 통과하기도 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 또한 직전 공직을 지내는 등 5명 중 4명이 이미 어느 정도 검증을 마쳤다는 점에서 야당의 칼날이 여간 예민하지 않고서는 슬쩍 통과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현직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이어지는 등 당 내홍으로 인해 인사청문회에 역량을 집중할 상황이 아닌 것이 문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정부 새 내각에 치명타를 가할 기회지만,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분당이 현실화되고 있는 데다 연일 추가 탈당 사태로 인해 인사청문회를 관장할 상임위원 구성도 어려운 판이다.

여당 또한 내년 총선을 앞둔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연말 연초 얼굴 내비치기로 바빠 인사청문회는 뒷전이다.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후보자의 도덕성 보다는 정책 질의라도 하는 척 했던 여당이지만, 이번에는 보좌진들도 지역구 챙기기에 대거 투입돼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여야 모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일부 후보자의 경우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철저한 인사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홍윤식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는 데다 군 복무 기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정청래 더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1984년 5월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한 홍 후보자는 입대일이 1982년 4월로, 약 25개월 복무했다. 1982년 입대자의 일반적인 육군 복무 기간은 33개월이다.

이준식 후보자는 고가 아파트를 4채나 보유하고 있는 등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과 미국에서 태어난 둘째 딸의 한국 국적 포기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주형환 후보자는 2003년 7월 ‘외환은행 불법 매각’논란으로 곤혹을 치를 전망이다. 그는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에 관여한 ‘10인 비밀회의’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