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사고과제도와 크리스마스 증후군…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2015-12-29 09:09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1]



12월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크리스마스는 아이들에게 적잖은 희망을 준다. 왜냐하면 정체모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선물은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다. 착한 일을 많이 했을 때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아이의 엄마는 아이에게 조건을 건다. “착한 일을 많이 해야 선물을 받을 수 있단다. 그렇지 않으면 넌 선물을 못 받는다.”라고.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의 유아기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란 ‘내가 착한 일을 하면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실 것’이라는 긍정적인 지침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지침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이 된다. 그런데 초등학교 입학 무렵이면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믿음이 깨진다. 그 때의 허탈감과 허무함은 이루 말을 할 수 없다. 나아가 부모님에 대한 배신감도 생긴다.

이러한 현상을 ‘크리스마스 증후군(christmas syndrome)’이라고 한다. 선물을 받기 위해서 부모가 제안하는 ‘착한 일의 기준과 평가’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고 다시는 그런 형태의 제안을 믿지 않으려는 행동 유형 또는 성격 특성을 말한다.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인사고과 평가제도를 없애는 글을 발표했다. 국내 두산그룹도 2013년도부터 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트렌드가 화재가 되었을까?

첫 번째는 크리스마스 증후군이다. 어릴 때 부모가 “착한 일을 해야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 아이는 선물을 받기 위해 그 찰나의 순간에만 착한 행위를 한다. 선물을 받고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아이는 원래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보상을 빌미로 조직에서 성과지표(KPI)를 설정하고 그 성과지표를 기반으로 점수를 매겨 등급을 매기고 보상한다. 직원들은 최소 보상만 고려하지 더 이상은 하지 않는다. 더 하고 싶어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릴 때 우리는 크리스마스 증후군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더 착한일과 더 많은 일을 하더라도 산타 할아버지는 기대 이상의 선물을 주지 않는다.

두 번째는 직원들은 성장하고 싶은데 성장에 한계가 있다. 기존 인사고과제도는 S등급부터 D등급까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가장 쉽고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지만 개인별 특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고 임직원의 성장과 육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임원들은 평가만 할 뿐이지 소통하지 않는다. 인사고과제도를 없애면 임직원 각자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고 각자 특성에 맞춰 어떤 역량을 향상시켜야 할지 대화를 통해 찾아갈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기업의 경영환경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차년도 목표를 세울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와 같은 목표를 세울래야 세울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성과지표를 1개월마다 1주마다 수정하지 않았는가? 따라서 1년마다 설정하는 목표는 무의미하다.

네 번째는 협업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인류 역사상 다른 분야에서 노벨상 두 개 부분을 수상한 최초의 사람이 있다. 바로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이다. 그는 1954년에 노벨화학상을, 1962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과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협업은 일종의 권력이다. 21세기엔 조직이 점차 수평화 되면서 인맥의 중심이 되는 ‘정보 중개인(information broker)’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조직 상층부에 자리한 임원이나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혼자만의 능력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나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도 기본적으로 협업해야 한다. 노벨상을 받는 사람들을 한번 검색해보라. 과거 노벨상은 대부분 한 명이 받았다. 그러나 최근 노벨 물리학상,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을 보면 3명씩 또는 4명씩 공동수상 한다. 혼자만의 연구로는 세계적인 성과를 올릴 수 없다.

기존 인사고과제도를 없애는 것은 일부 기업으로부터 많은 반발을 불러왔다. 왜냐하면 관리자들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정량적 수치를 선호하고 또한 관리가 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직원들의 동기부여나 소통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직원들은 알고 있다. 크리스마스 증후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