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협상 타결' 뒤엔 박근혜 대통령-아베 총리 '결단' 있었다

2015-12-28 20:00
박 대통령, 기시다 일본 외무상 접견 "일본 측 조치 성실이행이 가장 중요…새출발 바라"

지난 11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한일정상회담[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25년간 풀리지 않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극적으로 최종 타결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적극적인 의지와 정치적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것과 관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양국 정부가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른 만큼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가며 새로운 관계를 열어갈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일본국 내각총리 대신으로서,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은 이날 오후 5시47분부터 13분간 진행된 전화통화에서 위안부 협상 타결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위안부 협상 타결이 한일 관계의 개선과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착실히 실시해 나가겠다"며 "금번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금번 합의를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소중한 기회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을 청와대에서 접견하고 협상 상세 내용과 일본 정부 입장을 전달받았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서 최종 마무리가 된 협상결과가 양국 모두에게 의미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기대한다"면서 "특히 지난 11월 2일 정상회담을 통해서 합의한 대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넘기지 않고, 양측이 노력해서 합의를 이뤄내게 돼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를 통해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일본 측의 조치가 신속히, 그리고 합의한 바에 따라서 성실하게 이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번 협상 결과가 성실하게 이행됨으로써 한일 관계가 새로운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기시다 외무상은 공감을 표하고, "금번 합의를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취임 이후 위안부 문제 해결 등 과거사에 있어 일본 정부의 역사 직시와 진정성 있는 자세 변화 없이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아울러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 조건으로 위안부 문제의 선(先) 해결 방침을 확고히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강조하며 일본에 대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조속한 협상 타결을 압박해왔다. 올 6월, 한일 양국 정상이 자국에서 열린 상대국의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리셉션에 교차 참석하는 등의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박 대통령도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을 기조로 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바뀌었다.

박 대통령은 다만, “피해 할머니들이 수용할 수 있고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조속히 일본 측이 제시해야 된다”는 원칙을 제시한 바 있는데, 지난 6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과의 협의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논의가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고 발언하면서 협상 타결 접점을 찾은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10월 일본군 위안부 자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자 일본 측이 반발하면서 협의는 다시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한일 정상은 지난 11월 2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첫 한일 정상회담 때 위안부 문제 협상의 가속화에 합의하면서 이번 협상 타결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

아베 총리로서는 군 위안부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여성인권 문제로 이슈화되는 것이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지난 5년 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한일관계를 정상화해 양국 경제협력과 문화·인적교류 등을 통한 경제활성화 활로를 뚫는 데 주력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경색됐던 한일관계가 급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의 조기 방일이 추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측에서는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내년 초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 최종 합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