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법정 공방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민사합의51부(조용현 부장판사) 주관으로 진행된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3차 심리에서 양측 법률 대리인은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 범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신청인인 신동주 전 부회장 측 법률 대리인은 "이번 기일에서는 경영권 분쟁 관련 추가적인 언급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열람등사하기 원하는 서류에 대해서만 그 필요성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피신청인인 롯데쇼핑에 대해 롯데쇼핑홀딩스 홍콩의 재무제표, 칭다오(靑島) 롯데마트 부동산 매각 관련 계약서, 롯데브랑제리 및 롯데알미늄 주식 처분 관련 주식가치평가서 등 7가지 항목 관련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신동빈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은 이와 관련해 "이미 제출한 (1만6000페이지 분량의) 자료 자체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하며 7가지 항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어 "회계장부 작성에 기초가 되는 회계서류도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 다 냈다고 보면 된다"며 "신청인이 중국 사업 1조 손실과 관련해 더 이상 제대로 주장을 하지 못하고 지엽적인 주장만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신 전 부회장 측은 "피신청인(롯데쇼핑)의 '전부 제출했다'는 말은 상당히 어폐가 있다"며 "말로만 설명한다고 해서 회계장부 열람등사 신청이 만족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재반박했다.

신 회장 측은 "중국 종속회사와 관련한 재무제표, 감사보고서 일체를 제출했다"며 "그런데 (신 전 부회장 측이) 한 달 가까이 검토했지만 중국 손실에 관해 아무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중국 사업 손실에 대한 신청인의 의혹 제기가 아무 근거가 없다는 것이 재판 절차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추가 자료 제출 기한을 12월 30일로 정하고 이후 제출된 자료를 검토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양헌의 김수창 변호사는 심리 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1만6000페이지에 달하는 회계장부 서류를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저희가 목표한 소기의 목적은 이미 상당 부분 달성한 것"이라며 "재판장이 (추가 제출 자료의) 적정선을 정해서 허용해줄텐데 우리는 그 선에서 충분히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확보한 자료를 추가 소송으로 연결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받은 서류를 세세히 검토해봐야 그 다음 절차가 어떻게 될 지 정할 것"이라며 "아직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의 이혜광 변호사는 "신청인들은 신 회장이 중국 사업 1조 부실을 숨기려고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경영권 분쟁의 출발이라고 했는데, 한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제출한 서류를) 아직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는 건 그걸 통해 할 말이 없었던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변호사는 "그렇다면 중국 사업 부실로 인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는 것은 신청인들이 만든 가공의 스토리에 불과하다"며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신청이었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신 전 부회장이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아 제기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의 2차 심리는 25일 오후 3시30분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