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공황'에 깊어지는 해운‧조선업계의 근심

2015-12-23 16:20

[자료 = 그리스 드라이십(DryShips, Inc.)]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경기둔화, 미국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심화되는 '원자재 공황' 사태에 국내 해운‧조선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해운업은 원자재 수요 및 벌크화물 물동량 감소로 유발된 운임폭락으로, 조선업은 저유가 현상 고착화에 따른 석유시추선 및 해양플랜트 수주 감소 등으로 업황 부진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런던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22일(이하 현지시간) 전세계 화물 물동량 수요를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최근 지수 측정 이후 30여년래 최저치인 471포인트까지 떨어진 후 현재 474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이맘 때의 절반이고, 2013년과 비교하면 5분의1 수준이다.

원유와 석탄, 철광석 등 원자재 수송가격을 바탕으로 산정해 '벌크선운임지수'로도 불리는 BDI의 폭락은 기본 원자재 화물 물동량, 나아가 세계 경제의 건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즉 BDI 하락은 선복량 과잉공급과 원자재 물동량 저하, 해운운임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보여준다.

해운업 호황기였던 지난 2008년 5월까지만 해도 BDI는 사상 최고치인 1만1800까지 올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과 몇달만에 지수의 94%가 빠진 이후 지금까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BDI 폭락은 글로벌 성장둔화, 특히 중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원자재 수요 감소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호황기 유가하락은 해운업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운임하락이 유가하락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해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상황이다.

특히 유가하락이 오히려 운임하락을 부추긴다는 평가다. 사상 최악의 불황에 해운시장이 수요 우위로 전환돼 수요처들이 유가하락에 따른 운임 인하를 요구할 경우, 해운사에서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팬오션과 대한해운 등 벌크선사들은 BDI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은 장기계약, 전용선 위주로 거래형식을 바꿔 운임 폭락에 따른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대응마련에 나섰다. 팬오션은 벌크선 59척 중 26척을 장기운송계약으로 운행중이며, 대한해운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의 75%를 전용선 부문에서 창출하며 전용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해운지수 하락은 조선업계의 생존과도 직결돼 있다. 운임하락은 곧 벌크선을 중심으로 한 선가하락을 의미하고, 조선사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조선업의 경우 저유가 현상 고착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유가하락에 따라 심해 시추설비 수요 감소세가 이어지며 석유시추선 및 해양플랜트 수주 가뭄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이미 국내 조선업계는 유가하락에 따른 타격을 입고 있다. 올해 유가하락과 조선시황 급락으로 유동성 위기에 닥친 해외 발주사들이 해양플랜트 인도 관련 계약 해지 또는 인수 거부에 나서며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최대 3조여원의 손실을 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해양산업과 벌크선, 컨테이너선 수요는 약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내수보다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 경기둔화와 글로벌 원자재 수요감소에 영향을 받으며 벌크선 운임이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