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조선업 회생...정부의 확고한 지원 의지에 달렸다

2015-12-14 15:38

 

14일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 열린 '해운‧조선 산업의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와 패널이 발표 주제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 한국선주협회]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해운‧조선업계가 한 목소리로 정부차원의 정책 및 금융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해운‧조선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선주협회와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의 주최로 14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해운‧조선 산업의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해운‧조선업의 현실을 지적하며 이같은 뜻을 전달했다.

한국선주협회 이윤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해운‧조선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운-조선-금융을 연결하는 강력한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한다”면서 “선박은행의 조속한 설립과 조선‧기자재‧민간금융기관 등의 출자를 통한 한국해양보증보험의 안정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김영무 사무총장(한국선주협회 전무)은 ‘해운산업의 위기극복 대책’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현재 우리나라 해운업은 무리한 구조조정 및 자구노력에 따른 압박과 함께 최근 확인되지 않은 양대 해운업체의 합병설로 이미지마저 실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선사들의 초대형 선박 확보에 따른 원가경쟁력 향상, 글로벌 선사간 동맹 강화 등 대외적 위협요인과 함께 유동성 부족과 구조조정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해운업은 물론 조선업의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사무총장은 해운과 조선업의 필연적인 상생 관계를 제시하며 “해운업의 위기는 조선업의 위기로 이어지며, 이에 조선업만을 위한 정책만으로는 위기극복이 어렵다”면서 “정부의 해운산업에 대한 확고한 지원의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김 사무총장은 해운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위해 올해 말로 종료되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연장 지원, 국적선사들의 영구채 발행 활성화, 중소선사 유동성 지원을 위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요건 완화 등을 촉구했다.

아울러 정책금융기관의 외국선사와 국적선사에 대한 선박금융지원을 각각 50%로 동등하게 설정할 것, 해운업에 대한 우선 지원 이후 국내 조선에 발주하는 선순환 구조 확립, 선박은행(Tonnage Bank) 설립, 한국 해양보증보험 기능 활성화 등의 방안을 내놨다.

해운업과 함께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조선업의 현황과 대책을 논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산업연구원 홍성인 팀장은 현재 우리나라 조선업은 수주와 건조량 감소 추세, 벌크선을 중심으로 한 선가 하락, 철광석 가격 하락과 공급과잉에 따른 후판가격 하락세, 글로벌 환경규제 등의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홍 팀장은 이같은 조선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선부터 범용상선까지 아우르는 선박 건조기반 강화, 엔지니어링 역량 제고를 통한 해양플랜트 경쟁력 확대, 시리즈선 건조와 친환경기술 연구개발(R&D)을 통한 범용 친환경 선박시장 집중 공략,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한 현존 선박의 리트로핏(Retrofit‧성능개선)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해운금융의 발전방안’으로 주제발표에 나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황진회 실장은 국내 해운금융은 높은 대출금리, 민간 금융시장에 의존하는 금융구조 문제, 외국선사에 편중된 정책금융의 역차별 문제 등의 금융차원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국내 선사를 위한 해운금융 상품 및 제도 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실장은 “해운은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금융조건이 해운경쟁력을 좌우한다”면서 “한국 선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운과 금융의 협력이 중요하며, 이에 국내 해운금융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규모 자금조달을 위해 화주의 풍부한 재원을 해운업으로 유입하는 방안, 녹색펀드 활용을 위한 컨테이너선 화주와 선사의 협력 강화, 해운정책금융 기능 강화, 보증기능을 통한 투자형 해운금융 개발, 해운과 금융을 연계한 선주 비즈니스 확대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현재 당면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운기업에 대해 적용되는 7~10%의 현재 금리 수준을 4% 이하로 완화하고 해운기업의 원금 상환을 일정기간(3년) 유예하는 방안 등 해운업만을 위한 전문적인 정책금융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3인의 주제발표 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해양금융종합센터 최성영 센터장은 “금융권은 전반적인 업계 어려움 속에서 투자의 균형과 평등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면서 “현재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중견선사를 중심으로 금리 우대혜택 등을 통한 기업부담 경감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 이상문 과장은 “정부에서도 해운업이 영향력을 확대해야 조선업도 살 수 있고, 금융권이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면 두 산업 모두 살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유동성 문제 해소 방안,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금융기법, 해운‧조선업으로의 자금 유입을 위한 시스템 구축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