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중고차시장, 상생협력 생태계부터 만들자

2015-12-21 10:22
최정호 국토교통부 제2차관

최정호 국토교통부 제2차관 [사진=국토교통부]


지난해 말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가 2000만 대를 넘었다. 집집마다 최소 1대 이상의 자동차를 보유할 정도로 자동차는 필수 생활수단이 됐다. 자동차가 보편화되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내구성이 향상되면서 중고자동차를 찾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국내 중고자동차 거래 규모는 신차의 1.4배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그러나 활발한 양적 성장과 달리 질적으로는 낙후된 부분이 많아 소비자들에게 중고자동차시장은 여전히 불편한 곳이다.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가격체계와 매매직원의 과도한 호객행위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소비자원의 발표 자료에서도 중고차거래 관련 소비자의 불만과 피해사례는 줄어들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중고차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필자는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를 혁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당국과 시장참여자 간 상생협력의 시장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중고차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가 중고차를 구매하기에 앞서 차량의 성능·상태, 정비이력, 압류 및 저당권의 등록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차량 가격을 평가받아 알려주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이는 내년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비정상의 정상화 일환으로 사고나 침수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중고차시장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지만, 시장참여자들의 책임 있는 자세와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먼저 중고차매매업계는 거짓 또는 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거나 자동차의 사고나 침수 사실을 은폐하는 등의 병폐를 청산해야 한다.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자도 점검 수익에 집착해 대충 처리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는 중고차매매시장의 생태계를 병들고 피폐하게 하는 행위다.

즉 생태계를 파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업계가 자정노력을 통해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불법행위자는 시장으로부터 격리시키고 시장의 신뢰 회복과 서비스 혁신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소비자 역시 시장참여자로서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합리적 선택을 통해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중고차를 구매하는 경우 매매업자에게 너무 의존하기 보다 주어진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자기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처음 중고차를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국토교통부에서 만들어 온·오프라인으로 배부·활용하고 있는 소비자 행동요령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중고차시장 규모는 연간 약 2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증가 추이와 내구성 향상 등을 고려할 때 중고차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이제 외형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상생협력의 공정한 룰(rule)을 정착시켜나가자. 그것이 소비자가 믿고 찾아오는 건강한 중고차시장을 만들어가는 지름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