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타워즈:깨어난 포스', 끝이자 새로운 시작
2015-12-17 18:15
‘스타워즈’가 2005년 ‘시스의 복수’ 이후 10년 만에 돌아왔다. 오래된 시리즈는 그 등장만으로 팬들에게 감동을 주기 마련이다. 특별한 연출이나 극적인 장면이 없이도 “집에 왔어”란 노배우의 대사 하나가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묵직하게 다가온 이유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J.J. 에이브럼스·제작 루카스필름)는 ‘애당초 영화 원안자인 조지 루카스가 구상했던 스타워즈’시리즈의 8개의 이야기 중 7번째에 해당하는 스토리다. 1977년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새로운 희망’이 기술적인 문제로 먼저 제작된 뒤, 5편 ‘제국의 역습’, ‘제다이의 귀환’을 거쳐 프리퀄이자 이야기의 시작점인 ‘보이지 않는 위험’, ‘클론의 습격’, ‘시스의 복수’를 거쳐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영화는 기존의 시리즈가 취했던 영화적 문법을 따른다. 공화국과 제국으로 표현되는 선과 악의 대립을 통해 그 안에서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과 가족의 문제, 그리고 두려움과 용기라는 내면의 대립을 그려낸다.
특히 영화는 보는 내내 ‘새로운 희망’을 떠오르게 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상황이나 극의 전개가 새로운 희망과 다르지 않다. 이번 영화의 개봉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던 JJ. 에이브럼스 감독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과거를 반복하는 영화가 아니라 새 캐릭터로 새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새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과거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에이브럼스 감독은 약 40년 전 선배 조지 루카스가 새로운 이야기를 열었던 방식을 참고한 듯 싶다. 마치 시리즈의 첫 작품과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영화는 처음 ‘스타워즈’를 접하는 이들에게도 거부감이 들지 않게 한다. 속도감 있는 극의 전개와 잘 구성된 액션 장면은 구식이지 않고 매력적이다.
그러면서 과거의 팬들은 ‘새로운 시작’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길 수 있다. 1편에서 루크가 자란 행성과 유사한 환경의 별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지막 비행 전투 장면은 과거 전편들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또 오랜만에 등장하는 한 솔로(해리슨 포드 분), 레아 공주(캐리 피셔 분)의 모습은 옛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기존의 스타워즈 팬들에게 과거의 추억에만 의존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극에는 신선한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인다. 특히 레이(데이지 리들리 분), 핀(존 보예가 분)은 지금까지 ‘스타워즈‘에서 볼 수 없었던 유쾌하고 통통 튀는 캐릭터다. 도전적이며 강인한 레이와 소심하고 겁이 많은 핀은 쉽게 어울리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의 호흡을 자랑한다. 기존의 작품들에는 없었던 웃음까지 안겨준다.
‘007 : 스카이 폴’이 개봉했을 때 많은 평론가들이 ‘과거와 현재의 조우이자 연결 고리’이라고 평했다. ‘깨어난 포스’가 그렇다. ‘시스의 복수’이후 10년, ‘제다이의 귀환’이후 30년이 지나 새롭게 시작된 이야기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이어나갈 기반이며 동시에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1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