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 "선거구 획정 안 돼 지역구 사라지면 입법비상사태"

2015-12-14 17:39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은 14일 선거구 획정 협상이 무산되고 올해를 넘겨 지역구가 사라질 경우에 대해 '입법 비상사태'라고 규정했다.

현재 개정 국회법상 의장은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 여야 간 합의 등이 있을 경우 본회의에 안건을 직권상정해 처리할 수 있다.

이날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처리를 위해 의장의 결단을 촉구하며 찾아온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여야 합의가 안 되서 내일 본회의가 안 열리면, 31일부터는 여러분 지역구도 다 없어지고 예비후보도 간판을 내려야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럼 그 때는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만은 의장이 액션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지난 10일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내년 20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인 15일까지 여야가 선거구 획정에 대한 합의를 보지못할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의장실에 따르면 정 의장은 16일 이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정 의장은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향에서 획정기준을 제시해 획정위에 이를 넘기고, 여기서 마련한 획정안을 안전행정위원회에 넘기는 안을 고민중이다. 안행위에서도 논의가 되지 않으면 12월 31일에 임박해 심사기일을 정한다는 복안이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가 이래선 안 된다"면서 작심한 듯 현 국회상황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정 의장은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들이 낸 의견 중 가장 엑기스만 추려 국회에 제출했는데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면서 "내 임기가 1년 반 정도 지났는데 3번이나 원내대표가 바뀐 이유도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장이 고심해서 냈으면 거기에 대해 논의해서 통과시켜주고 그 중 할 건 해야 되는데 그 점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국회 운영위 구성과 관련해서도 "대부분 초선인데 경륜이 너무 짧다"면서 "20대는 최소한 운영위원의 반이 재선 이상으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관련 법안의 입법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정 의장은 15일 본회의에서 쟁점법안 처리를 위해 의장의 직권상정을 요청하는 여당 지도부에 대해 "(법안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직권상정을 못하게 하는 것이 국회 선진화법이니까 도리가 없다"면서 "나름대로 검토도 하고 로펌 두세 곳에서 자문도 받았지만 일반법은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