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가장 도전적인 시기 한국 이끌어" ...빌 클린턴, 무라야마 등 애도 이어져

2015-11-23 15:58

1993년 7월 방한 중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고인이 청와대에서 조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민주화의 거목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뒤 각국 정부가 애도를 전하고 있다. 특히 김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전 국가원수들은 김 전 대통령이 한국 민주화에 기여한 점을 강조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백악관은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미국 국민을 대신해 한국 국민에게 가슴 깊은 위로를 보낸다"며 애도를 표했다. 백악관은 또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이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가장 도전적인 시기에 한국 국민을 이끌었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의 선례를 남겼다"며 고인의 민주화에 대한 헌신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위원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김 전 대통령의 가족과 전세계의 한인들에게 가슴 깊은 위로를 보낸다"고 애도했다.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인 로이스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수십년간에 걸친 한국의 군정을 종식하고 민주주의를 고취시켰다"고 평가했다.

지난 1993년 초 김 전 대통령과 한 달 간격으로 새로운 정권을 출범시켰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비전과 희생이 한국의 완전한 민주화 실현에 기여를 했다"며 "김 전 대통령과 협력했던 것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4년 펴낸 자서전 ‘나의 인생’(My Life)에서 지난 1993년 7월 한국에 국빈 방문했을 당시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따뜻한 환대를 받은 사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1994년 고인과 정상회담을 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91) 전 일본 총리도 “민주화된 한국에 가장 적합했던 대통령이었다”고 회고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지난 1995년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뜻을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는 등 한일 관계 개선에 힘썼다. 김 전 대통령과 무라야마 총리는 퇴임 후에도 김 전 대통령이 집에 초대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김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을 뿐 아니라 경제·사회의 투명하고 건전한 발전을 위해 과감한 개혁을 이룩하신 분”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었던 중국 원로 서화가인 리궁타오(李公濤.88) 화백은 조전을 통해 "(고인은) 세계에 널리 알려진 문화 대통령으로서, 한국 문화예술 사업의 발전과 한중 문화예술 교류를 위해서도 중대한 공헌을 했다"고 애도했다. 리 화백은 중국한원비림(中國翰園碑林)의 창립자이자 인민예술가협회 고문으로 15년 이상 고인과 특별한 인연을 맺어온 중국 내의 대표적 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