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팬택, 고객 맞춤형 스마트폰 시장 노릴 것"

2015-11-17 14:22
팬택 인수 정준 쏠리드 대표 인터뷰

정준 쏠리드 대표. [사진= 쏠리드]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앞으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스마트폰 기능이 많아지고, 내가 필요한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팬택은 바로 이 특화 스마트폰 시장을 노릴 것입니다"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쏠리드 본사에서 만난 정준(53) 쏠리드 대표는 1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진지하고 차분하게 팬택과 관련된 이야기를 털어놨다.

작년 8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팬택은 3차례나 매각에 나섰지만 주인을 찾지 못해 청산을 목전에 뒀다. 하지만 지난달 통신 중계장비 업체 쏠리드가 팬택-옵티스 컨소시엄이 인수에 나서며 기사회생으로 살아남았다.

스마트폰 제조업체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다다르는 상황에서 쏠리드가 팬택을 인수한다는 결정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정 대표는 스마트폰 환경변화에 대한 우려보다 변화를 통한 기회와 팬택의 가능성에 집중했다.

정 대표는 "팬택은 개발인력이 월등히 좋고, 특허출원만 1만개가 넘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 보다 가진 무기가 많다"면서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신흥국 가운데 자 내 스마트폰 산업 기반을 갖고싶어 하는 나라가 많고, 이들 나라 기업과 합작사업을 통해 해외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은 스마트폰 신제품 개발에 착수해 내년 2분기안으로 인도네시아에 총 30만대 규모의 스마트폰을 수출할 계획이다. 이 스마트폰은 베가 시리즈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이 아닌 중가의 보급형 제품이다.

팬택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현지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책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쏠리드는 애초 OEM 등 현지 스마트폰 생산방식을 염두에 두고, 김포 공장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 대표는 "사물인터넷(IoT) 시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팬택의 기술력을 잘 활용하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며 "IoT 시대가 열리면 모든 기기의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는 모듈이 있어야 하는데 팬택은 그것을 잘 할 수 있는 회사"라고 확신했다.

팬택이 쏠리드에 인수되며 쏠리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도 무궁무진하다. 쏠리드는 통신장비 업체로 통신사업자와 기업간 거래(B2B)사업을 주로 한다. 팬택 역시 통신 단말기 사업을 하기 때문에 통신사업자와 협의 단계가 필요하다.

더불어 쏠리드는 미국과 일본, 동남아, 남미, 중동, 유럽 시장에 진출했고 시장을 넓혀가는 과정에 있어 팬택의 해외시장 진출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정 대표는 "팬택은 인도네시아를 타깃 시장으로 단말기 시장을 보고 있지만, 이곳은 이미 쏠리드가 수년전부터 장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해외진출을 할 때 통신장비만 들고 나가는 것보다 단말기 솔루션과 함께 나가면 비즈니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내다보는 스마트폰산업의 미래는 패션산업과 유사하다.

사람들이 옷이나 핸드백 등을 구매할때 기능보다 스타일을 보는 것처럼 스마트폰도 자신과 맞는 스타일이 부각되고, 스마트폰 교체 주기 역시 패션산업처럼 빨라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소비자의 요구를 빠르게 간파해 시장을 선점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정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지금까지 단말기업체는 많이 생겼지만, 앞으로 70~80%는 없어질 것"이라면서 "결국 가격경쟁에 뛰어든 회사 중 다수는 없어지고, 진짜 실력을 갖추고 앞선 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해 내는 팬택과 같은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 대표는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으며 남아있는 직원 중 회사를 좋은 회사로 다시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많다는 점에 놀랐다"면서 "이는 팬택의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