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철강 공습의 경고...철강도 ‘해외직구 시대' 오나

2015-11-15 14:09

[사진 = 중국신문사]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최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11월11일)'를 통해 입증된 중국 전자상거래 산업의 거대한 영향력이 철강업계로 확대되고 있다. 

사상 최악의 불황기를 맞은 중국 철강업계는 경영난과 유통시장 붕괴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과 제조업의 결합을 통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거래는 중국 유통상들이 중국 국내는 물론 해외로 유통망을 빠르게 확대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뜩이나 저가 철강 수요 증가와 함께 중국 유통상을 통한 거래가 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 철강의 유통망 확대는 또 다른 도전과제가 될 전망이다.

◆ 밀려오는 중국산 철강...중국 유통채널 타고 가속화
15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체 철강재 수입량은 197만8000t으로 전월대비 11.5% 늘었다. 이는 전체 수입량의 62.6%를 차지하는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산 철강재는 123만9000t을 기록, 전월대비 8.8% 늘었고 전년대비로도 6.3% 증가했다.

중국산 철강재가 대거 유입된 것은 우리나라 건설 수요가 급증하면서 저렴한 가격대의 중국산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수요가 높은 열연강판과 철근의 중국산 수입이 늘어났다는 점이 이를 반영한다.

업계에서는 국내 철강 수입유통업체들이 제조사와 직거래를 피하고, 중국 내수 유통상을 활용하는 일이 많아져 중국산 철강유입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중국 철강사도 지난 7월부터 H형강에 부과된 반덤핑 제재로 수출로가 제한되자, 자국 유통상에게 철강을 팔고 중국 유통상이 한국에 수출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 철강업계에서 새로운 활로구축 방안으로 떠오르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확대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철강업계의 전자상거래 활용이 본격화될 경우 유통망이 확대, 해외에서 직접거래가 가능해 국내 중소업계는 물론 대형 철강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전문가는 "철강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중국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안된다"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중국 철강 유통상들의 공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방어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막다른 길' 중국 철강...'인터넷'으로 돌파구 마련
중국 철강사들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자사 제품 판매 확대를 넘어 새로운 성장 축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철강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45개에서 178개 이상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1000만t에서 6000만t으로 6배 늘었다. 이는 현재 중국에 구축된 전체 대종상품(大宗商品‧주로 벌크로 운반되는 대량상품)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3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올들어 이런 움직임이 확대돼 중국 전체 철강 전자상거래 교역량은 5000만t을 돌파할 전망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3~5년 내 교역량이 5~6배 가량 늘어나 3억t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중국 대형 철강사들은 자체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 및 합작을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대표 철강사 바오강(寶鋼)은 바오강주식과 함께 20억 위안을 공동 투자해 구야운상(歐冶雲商)이라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허베이강철(河北鋼鐵)은 자체 플랫폼을 통해 올해 3월 까지 1041만8000t의 거래량을 달성했다. 이들 중국 양대 철강사는 지난 7월 각자 운영중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합하기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

자체 플랫폼이 없는 철강사들은 자오강(找鋼)과 같은 제3자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상하이 소재 자오강은 정보자문 및 컨설팅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자금조달, 창고, 물류 등 기타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자오강은 2012년 설립 당시 하루 거래량이 177t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 일일 교역량은 18만t으로 늘었다. 현재 90개 철강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4만개 업체에 철강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은 13%에 달했다.

장쑤(江蘇)성 장인(江陰)시 소재 철강업체 시청(西城)강철 관계자는 "자오강을 통해 주로 한국 바이어들을 소개받고 있다"면서 "해외판매 시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중개비용을 줄일 수 있어 10~30%의 이익을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또 다른 대형 철강사 장쑤 융강(永鋼)그룹 또한 현재 국내에서 자오강을 통해 전체 생산품의 5% 가량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중국 철강기업 시왕특수강(西王特鋼)은 자오강과 합작을 맺고 해외수출 판매 계획을 공개했다. 시왕특수강 관계자는 "현재 한국 판매 허가증을 신청한 상태로, 허가증이 발급되는 대로 자오강을 통해 한국 수출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