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수수료의 80%까지 리베이트 …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 낮추는데 발목

2015-11-13 07:00

[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전운 기자 = 밴(VAN)사와 대형 가맹점을 둘러싼 리베이트는 국내 결제시장에서 수십년 동안 암묵적으로 행해져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1980년대 중반 한국정보통신(KICC)이 카드결제 단말기를 보급하면서 조성된 밴 시장은 신용카드 사용 급증과 함께 덩치를 키웠다. 1990년대 들어 신규 사업자들의 진출로 현재는 16개 밴사가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동종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1990대 후반부터 가맹점 확보를 위한 리베이트 문화가 독버섯처럼 퍼져 현재는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당초 밴사들이 신용카드사로부터 수익으로 거둬들이는 밴수수료의 10~20%에 지나지 않던 리베이트 금액은 계속 불어나 현재는 70~80%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것이다.

이처럼 리베이트 규모가 커지다보니 밴사들은 밴수수료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수익 감소를 우려해 밴수수료를 내리지 못하고 있고, 이는 결국 신용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등을 내리는데 발목을 잡고 있다.

◆결제 1건당 120원 수수료 중 90원 리베이트

농협은 그동안 5개 밴사로부터 신용카드 결제 1건당 70~90원의 리베이트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액의 차이는 매입방식에 따라 구분된다. 현재 신용카드사가 밴사에 제공하는 수수료가 결제 1건당 120원임을 감안하면 밴사들은 벌어들이는 돈의 60~80%를 농협에 리베이트로 제공한 셈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조사중인 농협 리베이트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리베이트가 금지된 7월 21일 이후에 한정된다. 그 이전까지는 관련 법 조항이 아예 없어 단속 및 처벌이 불가능했음을 감안하면 그동안 실제로 농협이 밴사들로부터 받아온 금액은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농협에 속한 모든 신용카드 단말기 가맹점의 월평균 거래 건수는 1800만건으로 알려져 있다. 리베이트 금액을 1건당 평균 80원으로 잡으면 월 14억4000만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농협과 같은 대형 가맹점이 밴사로부터 거둬들인 리베이트가 밴수수료를 낮추는 걸림돌로 작용했고, 결국 신용카드사들의 비용 지출을 늘려 영세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를 낮추거나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데 장애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밴업계 관계자는 “농협 뿐만 아니라 대형 유통기업들이 관행처럼 리베이트를 받아오면서 결국 영세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됐다”며 “뒤늦게 금융당국이 법적 제재를 가했지만 독버섯처럼 퍼진 관행이 쉽게 사라질 수 있을 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리베이트 관행 ‘정조준’

금융당국은 이처럼 농협을 비롯한 대형 가맹점들의 리베이트 실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수위 높은 관리감독에 나설 방침이다. 여신전문금융법 개정 이후 첫 리베이트 조사에 해당하는 이번 건이 사실상 금융당국이 리베이트를 뿌리뽑는 ‘신호탄’인 셈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리베이트 여부와 등록요건 준수 등 전반적인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이 점검을 앞둔 밴사는 업계 1위 나이스정보통신을 포함한 3곳 가량이며, 금감원에 등록된 밴사 16곳 가운데 우선 대형사부터 순차적으로 점검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금감원에 밴사가 등록된 이후 첫 검사인 만큼 전반적으로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리베이트 문제 등을 포함해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안을 발표하면서 리베이트 금지 대상 가맹점을 기존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가맹점에서 10억원 이상 가맹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영세 가맹점을 제외한 상당수 중·대형 가맹점이 리베이트 금지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금융권과 유통업계에 미칠 파장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