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시에 대표 "내년, 성장 보다 리스크 완화에 주력해야"

2015-11-10 16:34
"중국 바뀌지 않으면 3~4년 내 신흥국 경기 바닥칠 것"

엔디시에 로제타스톤캐피탈 대표(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10일 하나금융투자가 개최한 '2016년 리서치 전망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투자제공]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내년에는 리스크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성장을 좇는 것은 내년에 취할 전략이 아닙니다."

앤디시에 로제타스톤캐피탈 대표(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일 하나금융투자가 개최한 '2016년 리서치 전망 포럼'에서 "내년은 투자자에게 굉장히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앤디시에 대표는 "나라면 내년에 변동성이 큰 하이테크 분야에 투자를 늘리는 도박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정적인 수입이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앤디시에 대표는 모건스탠리 아시아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경제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아시아의 닥터둠'이라고도 불린다.

이날 앤디시에 대표는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 하향조정 속에서도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이유를 2008년 금융위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미국 연준은 4조 달러 이상을 풀어 통화를 확대했지만 서구권의 유동성은 크게 늘지 않았고 성장률도 3% 대로 저조했다"며 "대신 늘어난 자금 대부분이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 유입돼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4조 달러로 증가했고 중국 내 투자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원유와 철강석 등 원자재 가격이 높게 유지돼 서구에서 신흥경제국으로 소득재분배가 이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엔디시에는 그러나 "2년 전부터 높은 원자재 가격과 중국의 급격한 투자 성장 트렌드가 바뀌면서 중국 투자가 둔화됐다"며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신흥경제국 경제성장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진국과 신흥경제국의 경제를 '시소'에 비유했다. 엔디씨에는 "수년만에 미국경제가 강하게 회복되는 이유는 신흥경제국의 어려움 때문"이라며 "신흥경제국이 어려워지면서 미국 회복세는 더 가속화될 것이고 미국 금리 또한 계속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이런 '시소' 패턴이 발생하는 이유가 중국 정부의 투자주도적 모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50%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에 쏟고 있다.

엔디시에 대표는 중국의 지속적인 부양책이 큰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고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를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많은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이를 통해 나온 자금이 중산층 이하로 내려가지 못하고 소수층만 부유해지는 상황이 됐다"며 "기존 부양책을 반복하고 있는 고루한 정책 입안자보다는 신선한 생각을 가진 정치인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기 부양책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려면 부양책으로 인해 발생한 부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앤디시에 대표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나올 때마다 그 돈이 정부로 돌아갈 것인지 국민으로 돌아갈 것인지 질문해봐야 한다"며 “그 방향이 정부라면 (경기 둔화)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변하지 않으면 향후 3~4년 내에 신흥경제국 경기가 바닥을 칠 수 있다"며 "이는 대기업의 몰락 시점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닥칠 경제위기가 1997~1998년 때보다 느리지만 유사하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앤디시에 대표는 "중국은 이제 공장을 덜 건설하고 사람에게 지출 여력을 확대해야 한다"며 "통화가치 평가절하는 낮은 경제력이 아닌 과잉공급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통화가치를 평가절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