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올해 들어 급증세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점검
2015-11-08 09:50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지난달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기업은행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을 상대로 자영업자 대출 현황과 여신 심사 실태 등을 공동으로 점검했다.
올해 들어 자영업자 대출이 23조원 넘게 증가하는 등 계속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51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자영업자 대출은 명목상으로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가계부채와 경계가 모호해 '숨은 가계부채'로 불린다.
금감원과 한은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자영업자 대출이 증가한 배경과 부실화 가능성을 면밀히 살핀다는 계획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점검 여파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일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금융당국이 집단대출 관련 점검에 나선 시기를 전후해 은행들이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측은 자영업자 대출과 관련해 건전성 점검 차원에서만 점검했을 뿐 인위적으로 속도 조절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잠재된 위험은 가계부채와 마찬가지로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영업자 소득이 경기 부진으로 감소하면 채무부담 능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일반 가계대출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데다 만기 일시상환식 대출 비중이 높아 부채의 질도 상대적으로 나쁘다.
하지만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는 자영업자 대출을 제어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안심전환대출 출시와 분할상환 유도 등으로 부채의 질 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대책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 자영업종이 포화한 상황에서 무리한 창업이 잇따른 것이 결국 과도한 부채를 낳는 측면이 있다"며 "결국 장기적으로는 자영업 비중 축소와 같은 산업구조 개편으로밖에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자영업자 대출 증가의 배경에 임차보증금 및 임차료 부담 증가가 놓여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정책보증 확대 등으로 임차료 부담을 간접적으로 줄여주는 것이 방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