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어 코리안] 고령·1인가구에 가려진 가계부채 감소…저소득층 재무건전성 악화

2024-12-09 16:17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가구당 부채 0.6%↓
1인·고령가구 증가 여파…부채 보유 가구는 1.6%↑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가 시작된 지난 2일 서울의 한 은행에 디딤돌대출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가구당 평균 부채가 조사 이래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빚 규모가 적은 1인 가구와 노인 가구가 늘어난 영향이다.

전체 가구의 재무건전성은 개선됐지만 저소득층 가구의 재무건전성은 악화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 등이 9일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부채는 9128만원으로 1년 전보다 0.6% 줄었다. 가구당 평균 부채가 감소한 것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부채별로 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금융부채는 6637만원으로 1년 전보다 0.8% 줄었다. 임대보증금은 2492만원으로 0.1% 감소했다. 

부채가 줄어든 것은 상대적으로 부채가 적은 1인 가구와 60대 이상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전체 가구 중 상대적으로 금융부채 보유율이 적은 1인 가구와 60대 이상 가구들이 늘었다"며 "전체적인 가구 구조의 변화 부분도 함께 감안해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채가 있는 가구 비율은 60.7%로 1년 전보다 1.4%포인트 감소했다. 금융 부채 보유 가구가 1.6%포인트 줄어든 54.1%를 나타낸 영향이 크다. 임대보증금을 가지고 있는 가구는 0.2%포인트 늘어난 15.5%로 집계됐다. 

부채 보유가구의 평균 부채 보유액은 1억5043만원으로 1년 전보다 1.6% 증가했다. 임대보증금은 1.1% 감소했지만 금융부채가 2.1% 늘어난 영향이 크다. 부채 보유가구의 중앙값은 8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9% 늘었다. 

소득 분위별로는 2분위만 나홀로 증가했다. 1분위(1975만원)는 1.4%, 3분위(7333만원)는 1.5%, 4분위(1억1177만원)는 2.1%, 5분위(2억529만원)는 0.5% 부채가 각각 줄었지만 2분위(4432만원)만 4.3% 증가한 것이다.

박 과장은 "2분위의 경우 금융부채와 임대보증금 모두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2분위 가구 특성은 39세 이하가 늘어나는 특성을 보였는데 금융부채 부분에서 부동산 구입이나 사업 자금을 위한 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체 가구 자산 대비 부채 비율 감소…1~3분위는 ↑
전체 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16.9%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감소했다.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낮아진 것은 부채 상환 여력이 늘면서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부채 해소 여부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인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1년 전보다 7.4%포인트 감소한 68.4%로 나타났다. 

다만 분위별로는 차이를 보였다. 분위별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분위 11.7%, 2분위 16.3%, 3분위 17.9%로 집계됐다. 1분위는 0.1%포인트, 2분위는 0.8%포인트, 3분위는 0.1%포인트 늘어났다. 4분위는 18.6%로 0.9%포인트, 5분위는 16.6%로 1.0%포인트 줄었다. 

소득 상위 40%인 4~5분위 재무건전성은 개선된 반면 소득 하위 60%인 1~3분위의 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 가구의 부채가 늘면서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