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걸·모던보이 풍자만화부터 박가분 광고까지

2015-11-03 18:15
활판 인쇄술이 가져온 일상의 변화 살핀 '활판(活版)에 비친 근대의 일상'

1883년 10월31일 '한성순보' 창간호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근대의 활판 인쇄술 발전이 가져온 일상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과 청주고인쇄박물관의 공동기획전 '활판(活版)에 비친 근대의 일상'은 '박문국'(博文局)이 도입한 근대식 납활자와 활판인쇄술을 중심으로 인쇄의 발달과 사회의 변화를 살펴보는 전시다.

우리나라에 근대식 납활자가 도입된 것은 1883년 7월 신문이나 서책을 출판하기 위해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통리아문) 산하에 최초의 근대식 인쇄소인 '박문국'을 설립하면서다. 같은 해 '한성순보'(漢城旬報)가 발간되면서 근대 신문의 역사가 시작됐고 이번 전시에서는 이 과정을 3부로 나눠 보여준다.

1부 '신문의 탄생, 박문국과 한성순보'에서는 박문국이 설립되기까지의 과정과 근대 신문의 발행과 관련된 자료들을 소개한다. 1883년 10월31일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신문인 '한성순보'는 당시 조선 안팎의 소식을 알리며 이후 '독립신문', 제국신문', '황성신문' 등 민간신문의 발행에 촉진제 역할을 했다.

1876년 수신사 김기수가 납활자 인쇄술의 필요성을 주장한 '일동기유'(日東記遊), 박문국이 발행한 '만국정표'(萬國政表)도 전시된다.
 

파격적인 복장으로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됐던 모던걸에 대한 풍자만화(좌)와 국내 최초 상표 등록 화장품인 '박가분' 광고(우)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부 '소통의 창, 독자와의 만남'은 신문에 실린 광고와 소설, 만화 등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살핀다. 이 시기의 신문은 시각적이면서 과장된 문구의 광고, 시대상을 담은 소설, 세태를 풍자한 만화 등을 다루며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파격적인 복장과 대범한 행동으로 선망하면서도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됐던 모던걸·모던보이에 대한 풍자만화, 1920년 국내 최초 상표 등록 화장품이 된 '박가분' 광고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신지식의 시대, 변화하는 일상'을 주제로 한 3부는 인쇄술의 발달로 신지식과 신문물이 퍼지면서 바뀌는 일상의 모습을 소개한다.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학교 교육을 위한 교재가 쉽게 보급됐고 이 과정에서 '사민필지'(士民必知), '조선어독본'(朝鮮語讀本) 등의 서적이 등장했다. 일제강점기에 서구식으로 꾸며진 '문화주택'의 내부를 재현한 공간도 마련된다.

이외에도 70년간 인쇄소에서 활자를 뽑는 식자공(植字工)으로 일했던 권영국(82) 씨의 삶을 담은 영상이 소개된다. 매주 토요일에는 활판공방의 식자공과 인쇄공이 직접 조판과 활판인쇄를 시연한다.

전시는 내달 31일까지 청주고인쇄박물관 근현대인쇄전시관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