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기후변화를 읽어라
2015-11-04 07:54
미세먼지·엘리뇨 등 새 변수로…정부, 대책마련 고심
엘리뇨 18년 만에 가장 강력…식량난 등 직·간접피해 예방해야
엘리뇨 18년 만에 가장 강력…식량난 등 직·간접피해 예방해야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대외 변수에 민감한 한국 경제가 기후변화라는 암초를 만났다. 올 겨울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세먼지와 엘리뇨가 한국경제 성장률의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기후변화가 경제에 민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면서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의 경우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달에만 8일 연속 미세먼지 ‘나쁨’ 경보가 울렸다. 미세먼지는 ‘인재(人災)’로 불리며 경제적 피해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미세먼지 부류에 속하는 황사로 인한 산업피해 규모는 이미 5조원을 넘어섰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황사로 인한 산업피해 규모는 약 5조원, 건강 피해는 10조원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가장 짙은 황사 수치를 기록한 2002년 3월에는 반도체·항공기 등 정밀기계 작동이 어려워지며 산업전선이 마비됐다.
당시 경제적 피해 규모는 약 5조5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0.8%가 기후변화로 인한 원인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당시와 비교할 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2015년 기준으로 약 7조8000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황사 발생 시 백화점 세일 기간 매출은 10% 감소하고 테마파크 등 레저업계 매출은 평상시에 비해 약 20% 줄어든다”며 “미세먼지를 방치할 경우 경제적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 대책이 시급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온난화의 대표적 현상인 엘리뇨는 세계 경제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엘리뇨 현상이 심각해지면 한국 경제도 직·간접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엘리뇨는 올 겨울 위력이 한층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18년 만에 최악의 엘리뇨가 올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된 사안이다. 그만큼 세계 경제는 올 겨울 엘리뇨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벌써부터 엘리뇨 피해를 호소하는 국가들이 곳곳에 속출하고 있다. 인도 몬순시즌(6~9월) 강우량은 평년보다 14% 부족했으며 일부 지역은 평년 절반 수준을 하회했다. 이에 따라 쌀 등 농산물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원인으로 자리잡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34개주에 대해 가뭄재난을 선포했으며 수마트라와 보르네오 등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연무 피해가 심각해졌다. 연무 피해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인접국으로도 확산됐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엘니뇨가 올해 겨울 중 한층 더 강력해질 것으로 보여 관련국들의 가뭄과 식량난, 기근, 성장둔화, 식료품발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등이 심화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내년 호주 성장률이 2%를 하회할 소지가 있다”며 “식료품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