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KF-X자체개발 회의론 ‘봇물’…유승민 “대통령까지 속이고 있다”
2015-10-30 17:32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국회 국방위원회(위원장 정두언)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위한 핵심기술을 우리가 자체 개발 여부에 대해 논의했으나, 여야를 막론하고 국방위원들의 회의론이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회의 종료에 앞서 국방위는 내년도 예산 670억원을 정부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날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앞서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 △EO 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 등 4가지 핵심기술의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이를 믿지 못하겠다며 KF-X 자체개발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날 국방위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의 자체 개발 가능성 여부 질의에 대해 "KF-X는 우리의 항공우주산업 기술 수준 등을 확인해서 우리가 충분히 개발 가능하다는 확신아래 추진하는 것"이라고 자체 개발론에 힘을 실었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역시 "KF-X는 세부적으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위산업체, 전투기 관련 수출도 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연구진과 토의한 결과 충분히 기간 내에 추가 비용없이 할 수 있겠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확인했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새누리당 소속인 정두언 국방위원장은 "KF-X 사업의 기술 개발을 국내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계속 (진술이) 엇갈리니까 아무리 백 마디를 해도 신뢰가 안 간다"며 "정리해서 사업을 추진하자는 것"이라고 사업 재검토를 주장했다.
전날 KF-X사업 관련 기관에 대한 전면감사를 주장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서한까지 발표했던 정 위원장은 특히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대통령의 눈과 귀를 흐린 것"이라며 "구걸외교, 망신외교, 굴복외교라는 얘기를 듣게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당 유승민 의원도 "국방부 장관, 방위사업청장이 대통령에게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격려받고 나왔다"면서 "막대한 예산을 쓰는 사람들이 요지부동으로 대통령까지 속여가며 이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내년도 KF-X 사업 예산(670억원)을 통과시키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11월 한 달이 있는데 국방위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해서 예산결산위원회에 넘겼으면 좋겠다"며 예산 통과도 힘들다고 주장했다.
국방위원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역시 "기술 이전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하고 사업계획을 세웠는데 그 전제가 무너졌다"며 "이제 와서 자체 개발할 수 있으니 '그대로 해주십쇼' 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면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과거 KF-X 사업타당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핵심장비와 통합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은 한 번도 검토된 적이 없다"며 사업타당성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이범석 한국국방연구원(ADD) 수석연구원은 이날 회의에 참석, 미국 측이 기술이전을 거부한 4가지 핵심기술의 국내 개발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지난 2013∼2014년 KF-X 사업타당성을 검토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연구원도 당시 검토 결과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KISTEP은 당시 검토 보고에서 기술이전회사(TAC)가 선정되지 않았고 비용불확실성과 국제협력개발 불확실성 등도 있다면서 KF-X 사업이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 말미에 정두언 위원장은 정부의 원안대로 내년도 예산 670억원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됐다. 다만 그는 "11월 중 국방위에서 추가적 논의를 해서 결과를 반영해줄 것을 예결위에 요청하는 내용을 심사보고서에 담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방위 예결소위는 전날 KF-X 사업의 예산 670억원을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다만, 4가지 핵심장비의 통합기술 자체개발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국방위에 보고한 뒤 예산을 집행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