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심상정 “朴정부 국정화 강행, 국민적 저항 직면할 것…총선 목표는 교섭단체 구성”

2015-10-26 00:01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인터뷰…“정의당 교섭단체 구성에 ‘올인’…새로운 진보정치 시대 열겠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나선 박근혜 정부는 국민적 저항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김혜란(정리) 기자 =시종일관 유쾌·상쾌·통쾌했다.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라고 말한 에마 골드먼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고백이 그랬다. 한마디로 진보의 발랄한 상상이다. 특히 진보의 한계로 지적된 레디컬(radical)과는 거리가 멀었다. 묻지마식 편 가르기를 통한 차별화 전략도 없었다. 대신 처절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파편화된 진보를 하나의 통합된 선으로 그었다. ‘압력단체’에 머물던 진보정당의 시대를 끝내고 ‘교섭단체’ 구성을 최대 목표로 내세웠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원내 5석의 제3당의 외침이지만, 이미 큰 바위의 균열은 시작됐다. 심 대표와의 인터뷰는 정의당 3주년을 맞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진 정치부 차장과의 대담형식으로 진행했다.

-정의당이 창당 3주년을 맞았다. 출범 당시 ‘진보적 대중정당 건설’을 목표로 내걸었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지난 3년간 소회를 말해 달라.

“참 어려운 시기였다. 우리 당원들의 헌신과 노력, 열정으로 여기까지 왔다. 대표로서 매우 감사드리고 싶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는 믿음이 생겼다. 지난날 진보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민주적 리더십 부재’였다. 좋게 얘기하면 노선 싸움, 나쁘게 얘기하면 정파 갈등으로 여러 차례 분열의 길을 걸었다. 특히 옳고 그름에 과도하게 집착했다. (시시비비의) 과잉 상태였다. 그것이 민주적 리더십 부재를 불렀다. (지난 7월) 3기 당 대표 경선에서는 옳고 그름에 집착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견해, 즉 ‘차이’를 인정했다. 그것이 외연 확대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심상정호(號)가 출범한 직후 당 지지율이 상승 추세로 전환했다. 이른바 ‘심상정 효과’라는 분석이 많다. 서로의 작은 차이를 인정한 진보정당의 민주적 리더십이 한몫한 것인가.

“차이를 인정하면 민주적 리더십이 세워진다. 강한 정당으로 갈 수 있는 추동력이 생긴다. 제게도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달리면 되겠구나’하는 믿음과 희망이 생겼다. 밖에서도 그렇게 보이지 않나. 여기서 말하는 강한 정당은 힘센 정당의 의미보다는 ‘내면이 당당한 정당’이다. 그러기 위해선 외연 확대가 중요하다. 당 발전에 대한 좋은 생각과 의지, 능력 있는 분이면 누구나 참여해 그 열망을 최대한 표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다.”

-진보 재편과 총선 전략은 잠시 뒤로 미루고 메가톤급 이슈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국정화 추진으로 정국이 극심한 보혁 갈등을 겪고 있다. 이른바 ‘박근혜식 매카시즘’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크게 오판하고 있다. 국정화 문제를 ‘색깔론’이나 ‘이념 전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정국을 ‘보수 대 진보’로 나눈 뒤 종북 프레임을 덮어씌워 보수층을 결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에는 실패한다. 이미 실패했다. 국정화 반대 여론이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정화의 본질을 이해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나. 대학교수 등 역사학자들은 어떤가. 모두 거부하고 있지 않나. 채택률 0%였던 교학사의 역사교과서 뉴라이트 필진만 남을 것이다. 국정화는 ‘0%를 가지고 100%’를 대체하려는 시도다. 한마디로 무모하다. 이런 시도가 성공한다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의당 3주년을 맞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0대 총선 목표는 교섭단체 구성”이라고 말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국정화 추진에 나선 박 대통령의 정치행보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여권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 ‘신념’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왜 국정화 시도에 나섰다고 보나.

“박 대통령 가족사에서 비롯된 ‘잘못된 역사관’이 하나의 이유다. 아버지(고 박정의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이라는 신념이 있는 것 같다. 또 하나는 경제 실패, 즉 민생 파탄을 덮으려는 ‘정치적 노림수’다. 박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헛된 망상’을 접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국정화 문제가 여권 갈등의 진원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기 총·대선 국면에서 여권 차기 대선주자가 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지 않겠나. 이 경우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이 극에 달할 수 있는데.

“20대 총선이 다가올수록 수도권 여당 의원들부터 (코너에) 몰릴 것이다. 민심 이반 전, 여권 내부부터 이반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야권이 힘을 모아 저지선을 구축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명시하지 않았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특정) 권력이 국민을 이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 그것을 확고히 입증해야만 한다.”

-국정화 저지를 위한 범야권 3자 연석회의가 출범했다. 이른바 ‘선(先)가치연대-후(後)선거연대’로 가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선거연대 및 야권통합은 아직도 유효한가. 일각에선 독자적 대중정당을 흔드는 자유주의 정당의 술책이란 지적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폭주가 출범의 직접적 원인이다. 총선은 아직 좀 먼 얘기다. 과거 진보정치는 오랜 기간 야권연대를 놓고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갈등도 있었다. 현대 민주정치에서 연합정치는 일상이자 원칙이다. 다만, (연합정치가 성공하려면) 국민에게 이득이 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간 그런 게 없지 않았나. 연합정치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있어야만, 정당화될 수 있다. 또한 연합한 야당이 쓸 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 지금은 총선 룰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교과서적인 연대보다는 선거개혁 공조가 더욱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선거구제 개편 등 선거법 개정 공조 여부가 내년 총선과 더 밀접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강행 추진과 관련, “20대 총선이 다가올수록 수도권 여당 의원들부터 (코너에) 몰릴 것이다. 민심 이반 전, 여권 내부부터 이반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야권이 힘을 모아 저지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진보통합은 어디까지 왔나. 정의당·노동정치연대·국민모임·진보결집+(더하기) 등의 주체가 당명 문제를 놓고 논쟁하기도 했는데.

“막바지다. 그간의 과정은 인식의 폭을 좁히는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우리 당 조성주 미래정치센터 소장이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조직 밖의 노동자, 광장 밖의 시민이 더 많은 시대다. 그들을 대변하는 것이 당의 중요 과정이 돼야 한다. 조직노동 중심으로 노동성을 규정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토론이 많았다. 원칙은 확고히 지키되, 권한의 영역은 과감하게 여는 ‘혁신의 성과’가 필요하다. 당명 문제는 대표 권한의 문제가 아니다. 권한은 당원에게 있고, 국민에게 평가받아야 할 문패, 당의 간판이다. 내년 총선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정치 실리적인 측면에서 평가할 문제다.”

-진보의 대중성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그간 진보정당의 기본 골격이었던 ‘노동중심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중성과 노동성이 대립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진보진영 내부에선 종종 대립구도로 쓰이기도 했다.

“노동자 대표성이 약하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었다. 심상정이 당 대표가 되고 나선 그런 우려는 ‘기우’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예전 (민주노동당 등처럼) 조직된 노동자 비중은 작아졌지만, 정의당 당원 대다수가 노동자다. 노동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비정규직과 직장인, 영세 자영업자 등이 우리 당원이다. 정의당은 여전히 노동자와 서민의 정당이다. 민주노총의 민원을 받아서 노동정치를 하는 진보정당 시대는 갔다. 이제는 노동시민의 보편적 권리와 요구를 가진 당이 ‘정치의 방법’으로 노동을 대변하도록 해야 한다.”
 

정의당 3주년인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유쾌·상쾌·통쾌했다.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라고 말한 에마 골드먼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총선 룰 등도 난제다. 3자 연석회의 구성 합의 전까지, 정의당은 거대 양당(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짬짜미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양당이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안심번호 오픈프라이머리는 결국 여론조사 추천제다. 정당정치의 본령을 벗어난 포퓰리즘이다. 공천은 정당의 고유 임무다. 안심번호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주장은 ‘당원 없는 정당을 선언’한 것이다. 정당 책임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정치에 역행한다.”

-양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을 받아들인다면, 높은 수준 연대인 야권발(發) 빅텐트까지 갈 수 있나.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우리 당은 교섭단체가 된다. 왜 빅텐트를 하느냐. 할 이유가 없다.”

-새정치연합의 왼쪽 방을 차지하는 전략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분들의 희망 사항이다. 당의 승리와 의회권력 교체와 정권교체를 넘어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공익적인 과제’가 우리에게 있다. 총·대선 국면에서 연대 방안은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다만) 국민이 공감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대선의 경우 결선투표제 도입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연대 대상자인 천정배 신당은 어떻게 보나.) 새정치연합 균열에 의지하는 구상이라면, 큰 기대는 어렵지 않겠나. 저쪽은 뺄셈정치, 우리는 덧셈정치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의당 당 대표 ‘심상정’의 꿈이 궁금하다. ‘진보의 잔 다르크’인 심 대표가 여성 대통령이 되는 날이 있을까.

“정의당의 교섭단체 구성과 새로운 진보정치 시대를 여는 데 ‘올인’하겠다. 목표는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진보정당의 압력단체 시대를 끝내고 교섭단체 시대를 여는 것이다. 주어진 모든 가능성을 다 활용해 전력을 쏟아 붓겠다. 기대해 달라.”

[대담=주진 정치부 차장 / 정리=최신형·김혜란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