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기획 그레이트 코리아] 박 진 아시아미래연구원 이사장 "연미화중으로 기회 잡아야"
2015-10-26 06:00
아주경제 주진, 이수경 기자 = "역사적으로 볼 때 이렇게 좋은 기회는 없다."
박 진 아시아미래연구원 이사장은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 국가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G2 간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한일관계는 얼어붙어 있다. 남북관계는 북한 핵실험과 추가 도발 위협 속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로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긴 했지만, 여전히 아슬아슬 줄타기다. 박근혜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박 이사장은 외무고시 출신으로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8대 국회에서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지낸 외교 전문가다.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그를 만났다.
-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부터 얘기해보자. 어떻게 평가하나.
- 한미동맹이 굳건하다고는 하나 'KF-X' 사건에서 보듯이 다소 균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미동맹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 한중관계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연미화중(聯美和中·미국과 연대하고 중국과는 친화한다) 해야한다. '한미동맹'이라고 하는 강력한 지렛대가 있어야 한반도 평화안정이 유지되고, 그 지렛대가 보다 효율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중국이 뒷받침해줄 수 있다. 그게 우리 외교가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지만 대단히 중요한 기회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렇게 좋은 기회는 없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정치적으로 민주화하고 문화적으로 융성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국운을 확장시키기 위한 좋은 기회다. 한미동맹의 사명이 대북 억제, 한반도 평화, 지역안정을 넘어서 남북평화통일과 글로벌 리더십으로 가고 있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야만 한중관계의 전략적 대화가 탄력 받을 수 있다."
- 동북아 정세가 계속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일본과의 관계도 풀지못하고 있다. 최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의 남쪽"이라며 북한지역 내 자위대 진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안보법 문제도 심각한 상황한데.
"한일 관계는 앞으로 개선돼야 한다. 양국 관계가 계속해서 긴장과 마찰로 간다면 양쪽 다 손해다. 일본이 과거사를 직시하고 반성과 사과를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국익적인 실리를 생각해 가면서 일본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 정부의 지나친 보수 우경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올 수 있도록 우리의 외교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은 영토주권이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돼 있다. 정부가 일본 측에 이 부분을 명확히 밝혀 불명확한 오해의 소지를 아예 처음부터 차단시켜야 된다. 일본 방위상의 발언이 나왔을 때, 바로 강하게 얘기했어야 했다."
- 북한 얘기로 넘어가보자.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강경한 원칙론이 이어져 왔는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아직 제대로 작동하고 있진 않은 것 같다. 북한에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는 엄청나게 많다. 북한이 결단을 내리면 얼마든지 대화를 할 수 있고 남북협력도 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이 열쇠를 쥐고 있다. 김정은 정권 스스로 북한의 미래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제일 큰 관건이다. 그 선택을 제대로 하기 위한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주는 게 박근혜정부의 정책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좀더 노력을 기울이면 남북간 대화의 모멘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전 세계 지구촌의 분쟁 지역을 다니며 갈등을 조정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평양에도 방문해 남북간 관계개선을 위한 중재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유엔 차원에서도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더라."
- 정부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을 압박하는 전술을 쓰고 있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
"중국과는 전략적 대화를 계속 해 나가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가장 중요하고 긴장을 일으키는 행동은 반대한다는 나름대로의 강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있다. 따라서 한중 간 전략적 대화의 폭이 많이 커졌다. 미중관계도 북한 문제에 대해 공조하자고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중국과 대북문제를 놓고 공조할 수 있는 영역도 커졌다. 이에 따라 적시 적소에 메시지를 보내고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이끌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우리 외교의 과제다."
- 야당에선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뿐만 아니라, 북미대화 재개도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어떤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지.
"6자회담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5자간 실질적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한미동맹, 일본과의 관계, 중국과의 전략 대화, 러시아와의 공조 이를 통해서 다섯 나라가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한 틀을 짜고 대화와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북미대화의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지금까지 유지해 온 전략적 인내는 최상책이 아니다. 미국도 북한으로 하여금 의미있는 대화에 복귀하도록 하는 탐색적인 대화의 필요성을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번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전 주한 미 대사)를 만났을 때 물었더니, '북한이 얼마든지 의미있는 대화를 한다면 우리 대화의 문은 항상 언제든 열려있다'고 하더라. 미국도 뭔가 실마리가 있으면 북한과 대화를 해서 교착상태를 풀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 미국 대통령 선거가 2016년 11월에 치러진다. 정권이 바뀌면 대북 정책 또한 바뀔 가능성이 있을까.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순 없지만, 이란과의 핵 합의가 이뤄지고 쿠바와도 수교를 재개한 상황에서 당연히 다음 포커스는 북한이다. 민주당이 되든 공화당이 되든 북한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압박이 들어갈 가능성이 많다. 북한으로 하여금 스스로 빗장을 열게 하는 적극적인 대북정책이 나올 수 있는만큼, 우리도 미국의 대선 정국을 예의주시하면서 이에 대한 대비를 해놓을 필요가 있다."
- 현 정부의 외교가 위태롭다는 지적이 많은데, 외교 분야의 인적 네트워크를 좀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대통령의 외교 참모들이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공식라인의 보고 외에도 비공식적으로 우리의 국익과 관련된 외교안보·통일 문제에 대해 폭넓은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특히 통일 문제나 한중관계 방향 설정은 단순 방정식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 박근혜정부 임기 내 남북 정상회담 이뤄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라고 본다. 목함지뢰 사건으로 인한 긴장국면이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남북간 이산가족 상봉이 가능했고,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 때 도발을 자제했으며,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강력한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봤을 때 북한이 남북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연초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간에 어떤 수준의 대화도 하겠다고 얘기했으므로, 그런 여지를 스스로 남겨놓고 있다. 우리로선 그런 기회가 오면 못할 이유가 없다. 미국은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풀어나가면 미국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 한반도의 통일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이르면 2030년이다. 말하자면 경제적인 통합, 정치군사적 통일 이전에 한반도 경제권 형성이 2030년이면 나올 것이란 얘기다. 현 정권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남북한 간 경제공동체가 먼저 생기고 이후 정치군사적 통일 단계를 밟게 될 것이다. 대략 2030년이면 경제적으로는 '그레이트 코리아'가 형성될 거라 본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동북 3성, 러시아 극동 연해주, 한반도가 하나의 커다란 마켓(시장)이 된다. 우리로선 경제 발전의 돌파구가 생기고, 중국은 낙후된 동북 3성 지역의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러시아는 극동 연해주 지역의 경제발전 및 산업 인프라 구축, 농산물 생산, 에너지 협력 등에 적극적이다. 이건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명이고 과제다. 특히 '아시안 하이웨이' 프로젝트로 여러 나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와 철도산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한반도와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대동맥을 구축하면 커다란 붐이 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