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위헌 vs 합헌” 법적이견 팽팽
2015-10-13 18:08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교육부가 2017년부터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발표하면서 논란이 법적논쟁으로 확전되고 있다.
일부 헌법학자들과 법조인들은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위헌일 수 있다”며 헌법소원 제기 주장에 힘을 싣는 반면, 과거 국어교과서 국정화 합헌 결정을 이유로 합헌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위헌론을 주장하는 측은 지난 1992년 서울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가 국어교과서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국사교과서에 한해서는 “다양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한 판례를 제시하고 있다. 국어교과서와 국사교과서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박주민 변호사는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국가가 (국어 교과서에 대해서는) 편집권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역사는 다양한 시각이 있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특정한 시각에 기반한 역사 해석을 하겠다는 건 특정 이념을 지지하고 나머지는 억누르겠다는 것”이라며 “교육의 중립성·공공성과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측 또한 “국사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와 헌법을 부정하는 일”라며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각계의 위헌성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위헌론자들은 또한 당시 헌재가 국어교과서 국정 제도를 규정한 ‘법률’에 대해 “교육의 중립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주목한다. 오동석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교과서 제도는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 헌재 결정의 주요 내용”이라며 “이번 국정화 결정은 (국회가 만드는 법률이 아니라 행정부가 만든) 행정규칙으로 돼 있기 때문에 위헌 가능성이 더 크다”고 꼬집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합헌론을 주장하는 측도 1992년 같은 헌재 결정을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이들은 당시 헌재가 밝힌 ‘중·고등학교 국사 교육의 특수성’을 근거로, 국사에 다양한 시각이 필요한 것은 학문의 차원이며 그 학문은 대학에서 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헌재는 1992년 결정에서 “중고교 교사 수업의 자유는 두텁게 보호돼야 하지만 대학에서의 교수의 자유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면서 중고교와 대학의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중·고교 학생은 대학생, 성인과 달리 다양한 가치와 지식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교과용 도서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부득이하다”며 국어교과서의 국정화를 합헌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헌재의 보수화 경향으로 진보진영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하더라도 ‘기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을 볼때, 섣부른 헌법소원이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결과를 얻을 경우, 오히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방침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란 우려에서다.
또한 전교조 등이 예고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나 국정교과서 발행 집행정지 신청 등에 대한 실효성 판단도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고시가 되지 않은 사안이고, 행정예고 단계이기 법적소송이 불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