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경의 머니마니]보험사에 맡긴 노후자금, 미래에도 안전할까?

2015-10-13 14:21

[조영경 FM파트너스 대표]

2000년대 초중반까지 보험사에서 판매한 연금이나 저축성 보험은 6~10% 수준의 고정금리를 약속하는 엄청난 고금리 상품이었다. 지금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이런 상품이 있다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할 필요도 없겠지만 지금은 그저 재테크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옛날이야기다.

저축성 보험은 은행의 예·적금과 달리 장기 상품이다 보니 지금도 이런 고금리 보험상품을 유지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설계사들을 동원해 수 차례 갈아타기를 종용하던 보험사의 유혹을 뿌리치고 꿋꿋하게 유지한 덕분에 노후자금 운용에 대한 부담을 상당 부분 덜게 된 것이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자 보험사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고정금리를 없애고 변동금리 상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변동금리 저축성 보험에도 최저보장이율이 있다 보니 시중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최소한의 금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실제 2000년대 이후 최저보장이율 5%의 변동금리 저축성 보험이 많이 판매됐다. 연 5% 이자로 돈이 굴러가고 있으니 대박은 아니라도 중박은 될 것 같다. 왠만한 중위험 중수익 투자 상품의 수익은 나오니 말이다.

하지만 과거에 판매된 고금리 상품 때문에 보험사는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다. 부채에 해당하는 적립이율은 4.6%인 반면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3%에 불과한 상황이다. 설상가상 2020년부터 개편된 국제회계기준인 IFRS4 2단계가 시행되면 생명보험사의 지급능력비율이 반토막날 우려가 크다.

그동안 보험사는 보험가입 시점을 기준으로 부채에 해당하는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면 됐다. 덕분에 고금리 상품의 책임준비금은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적은 금액을 쌓아 놓아도 무방했다. 하지만 현재 낮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시가평가제를 적용하게 되면 책임준비금이 엄청나게 불어나게 된다.

특히 전체계약 가운데 6%대 이상의 고정금리 계약이 30%에 육박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면 가용자본도 줄어들고 지급여력(RCB) 비율은 평균 286%에서 115%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 1997년 저금리로 인한 역마진에 시달리던 일본 닛산생명이 파산했다. 이후 2011년까지 일본 보험사 8곳이 문을 닫았다. 2005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우리 보험사의 역마진은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일본과 상황이 다르지만 포화에 이른 보험산업과 방카슈랑스를 통해 팔린 고금리 저축성 보험 등을 본다면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과거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고 저금리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규제개혁과 함께 과도한 사업비를 책정하고 있는 보험사 스스로의 구조조정과 진정 고객을 위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 하는 자구책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