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교육계 갈등 커질 듯(종합)
2015-10-12 16:00
교과서 논란의 근원은 근현대사에서 지도자를 보는 시각, 북한을 서술하는 방식과 판단, 대한민국 건국을 바라보는 시각 등 역사의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보수 진영은 이승만과 박정희 등 지도자에 대해 나라의 기틀을 마련한 대통령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진보 진영은 분단의 빌미를 제공하고 민주화를 억누른 독재자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근현대사에 대해서도 보수 진영은 산업화 과정에서 발전을 이룩했다는 긍정적인 역사관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진보 진영은 친일을 제대로 뿌리 뽑지 못하고 민주화를 억압한 역사를 상대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보수 진영은 공산주의를 차단해 나라의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긍정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다. 반면 진보 진영은 분단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친미 정권하에서 반통일적인 조치로 판단하는 성향이 큰 가운데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더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화와 경제발전, 반공산주의 측면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보수 진영과 독립과 친일타파, 민주화, 통일을 강조하는 진보 진영의 역사 인식의 차이에서 근현대사에 대한 논쟁이 교과서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6.25 전쟁 발발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느냐에 대해 교과서에서 남북을 양쪽이 다 책임이 있는 것으로 기술된 부분이라든가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는 교과서의 경우 북한에 대해 ‘독재’라는 표현을 2번밖에 사용하지 않는데 남한 정부를 기술하면서는 24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등의 편향적인 기술의 예를 들었다.
진보 진영이 국정 교과서를 발행하고 있는 나라가 북한 등 소수에 지나지 않는 등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국정 발행을 비판하고 있지만 정부는 우리나라가 분단의 특수 상황에 있으면 북한과의 대치 관계에서 편향되지 않은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김재춘 차관은 "1992년 헌재 판결문에서 특수한 경우 국정제가 운영 여하에 따라서 오히려 일개 자주성이라든가 전문성이라든가 정치적 중립성을 제고시킬 수 있다고 표현을 하고 있다"며 "헌법이 지향하는 교육 이념, 국내외 제반 교육 여건, 특히 남북 긴장 관계 지속 등 ´우리 현실 여건 등에 비춰 특정한 경우 교과목의 종류에 따라 구체적, 개별적으로 국정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검토해야 된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1년 노무현 정부에서 이전의 한국사 국정 발행 체제를 검인정 교과서로 변경한 이래로 벌어지고 있는 편향적인 교과서 기술에 대한 대응을 위해 이전 국정 발행 체제로 되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1970년대 정말 암울한 시대에 검인정을 주장한 사람으로 민주화를 위해서 옳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역사학의 이념문제가 논란이 돼 파동을 겪는 것을 보면서 자유를 향한 역사 연구가 이렇게 이념의 투쟁에 휘말리게 됐는가 하는 데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이번 국정화 전환 방침으로 교육계의 이념 대립은 격화될 전망이다.
역사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교과서가 있어야 하며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다양한 학설이 존재해 이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진보성향인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행정 예고를 철회하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가진 자율적 인간 양성을 위해서 합리적 절차를 거쳐 검인정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400여개가 넘는 단체들이 참여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입장을 밝혓다.
이 단체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독립운동후손과 원로, 학부모, 시도교육감, 시의회, 각 대학 교수, 법학연구자, 예비 역사교사, 학생, 해외동포 등 지금까지 총 6만명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무시하고 교과서국정화를 통해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강행할 경우 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반역사적 폭거이자 제2 유신선언"이라며 “교사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사용해 왜곡된 역사교육으로부터 우리 학생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