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북한은 10일 중국과의 전통적인 ‘혈맹관계’ 복원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북한 조선중앙TV에 따르면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이날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김일성광장의 귀빈석인 주석단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바로 뒤에서 입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류윈산 상무위원은 이어 열병식 행사 내내 김 제1위원장의 왼쪽 옆자리에서 엄숙한 표정으로 열병식 행사를 지켜봤다.

김 제1위원장이 평양 김일성광장에 모인 장병과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자 류위산 상무위원은 옆에서 박수를 쳤으며, 두 사람이 통역을 통해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러시아가 공식 경축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고 다른 나라 대표단은 쿠바, 라오스 등 중국에 비해 격이 떨어짐에 따라 김 제1위원장의 옆자리는 자연스럽게 류윈산 상무위원의 차지가 됐다.

또 오른쪽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 제1위원장의 왼쪽으로는 류윈산 상무위원 건너 김기남 당 비서 등이 위치해 류윈산 상무위원은 유일하게 주석단에 오른 외국 대표였다.

김 제1위원장과 류윈산 상무위원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은 북중 양국이 최근까지 냉랭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과거 혈맹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김 제1위원장과 류윈산 상무위원은 9일 국빈급 영빈관인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만나 북한과 중국이 ‘피로써 맺어진 관계’라는 점을 강조해 관계 강화 의지를 나타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당 창건 70주년 경축 대표단 단장으로 류윈산 상무위원 카드를 뽑아든 것 자체가 북한과 강력한 관계 회복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앞선 2010년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 때 권력 서열 9위인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급이 네 단계나 더 높은 인물을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7월27일 북한의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전승절) 60주년 열병식에도 중국은 상무위원 아래급인 리위안차오 당 정치국원 및 국가 부주석을 보냈었다.

리위안차오 부주석은 9일 저녁 북경 소재 주중 북한대사관이 개최한 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 2년 만에 북중관계 재건의 메신저 역할도 했다.

중국은 지난 9월에도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이 열린 북경 천안문 성루에서 최룡해 당 비서의 자리를 구석이긴 하지만 다른 나라 정상들이 있던 오른쪽 맨 앞줄에 배치하는 등 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