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 못 벗은 19대 국감, 내홍·정쟁으로 마무리

2015-10-07 16:49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8일로 종료된다. 역대 최대 규모의 증인과 참고인을 불러들여 화제가 됐지만, 그만큼 내실 측면에선 '최악'이란 평가를 받았다.

여야 모두 당내 집안싸움에 매몰돼 국정감사에 집중하지 못했고, 정작 국정감사는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구태를 벗지 못했다.

◆ 여야, 집안싸움에 '국감' 나몰라라

올해 국감은 피감기관만 708곳에 달했고 4175명의 증인과 참고인이 출석했다. 역대 가장 큰 규모다. 

물론 메가톤급 이슈가 없었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뒀다는 여건상 '흥행 실패'는 일부 예견된 사태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국감 주목도를 떨어뜨린 것은 여야의 내홍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계파갈등 수습을 목적으로 나온 혁신안과, 혁신안 통과를 위해 대표직을 걸고 재신임을 묻겠다던 문재인 대표의 발언으로 국감 시작 전부터 당내 갈등이 극에 달했다.

통상 국감을 '야당의 무대'라고 부른다. 야당은 국감 주도권 싸움에서 충분히 우세했지만 기회를 놓쳤다.

야당이 어느 정도 문제를 수습하자 이번에는 새누리당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국감 중반부터 여당은 '공천룰'을 놓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대립이 격화됐다. 특별기구를 설치해 공천룰을 합의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어느 정도 수습됐지만, 기구 구성부터 계파 간 신경전이 치열한 상태다.

이밖에도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선거구 획정 문제 등으로 양당의 관심사에서 국감은 한 걸음 밀려난 양상을 보였다. '빈손 국감'으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막말·호통·파행…구태 여전한 국감 "시스템 바뀌어야"

이번 국감에서도 막말과 인신공격 등 기존 국감에서 보여왔던 행태가 그대로 재현됐다.

이번 국감에서 가장 화제를 낳았던 인물은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최초로 국감에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었다.

신 회장을 앉혀놓고 숨겨진 일본 롯데그룹의 지분구조와 순환출자 해소 방안 등을 집중 추궁해야 할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일본과 한국이 축구를 하면 어디를 응원하겠나", "지역구에 있는 산에 골프장을 짓는 공사를 중단해달라"라는 수준낮은 질문과 민원을 던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의 마약 투여 사건에 대한 '부실수사' 의혹과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등이 불거지며 '정쟁국감'으로 전락했다는 비난도 나왔다. 

파행을 빚는 사례도 여전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메르스 사태' 증인채택을 놓고 여야 공방이 지속되다 아예 감사가 무산되는 사태도 있었다. 이후 출석한 삼성서울병원장 등 증인 5명은 대답은커녕 호통만 듣다 끝났다. 

매년 국감 때마다 '부실국감' 논란이 일지만 올해도 달라지지 않자, 국감 무용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선진국처럼 상시감사를 통해 내실을 기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감NGO모니터단은 올해 국감에 대해 '17대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는 혹평도 내놓았다. 

이날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이정현 최고위원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듣고 있다 보면 20년전에 들었던 이야기, 15년전, 10년전, 작년에 들었던 이야기가 올해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면서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