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침드라마 '막장', 어디까지 봤니?
2015-09-22 05:00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이야기를 듣던 남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오렌지 주스를 뱉고(MBC ‘사랑했나봐’), 자신의 악행을 숨기기 위해 실어증에 걸린 척 연기하던 여자는 낱말 카드를 이용(MBC ‘이브의 사랑’)해 변명하곤 했다. 그야말로 ‘막장’ 없이는 한 회를 버티기 힘든 아침드라마 속 ‘역대급’ 장면들을 모았다.
◇ 악행에는 거침없는 ‘김치 따귀’로
드라마 속 ‘따귀 신’은 수도 없이 많았다. 더이상 ‘따귀’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한 걸까. 지난해 종영한 MBC ‘모두 다 김치’ 60회에서는 전무후무한 ‘김치 따귀신’을 등장,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김치 따귀’는 여주인공의 어머니와 전남편의 말싸움에서 시작된다. 유하은의 어머니(이효춘)은 김치 속 이물질 조작 사건에 분노하며, 임동준(원기준)의 악행에 대해 따진다. 이에 임동준은 “제 엄마와 딸이 똑같다”고 말했고, 나은희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김치를 꺼내 임동준의 뺨을 때렸다.
이 장면은 방송 직후 온갖 온라인 커뮤니티와 예능프로그램에서 회자되었고, 끝내는 원기준을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까지 출연시키게 됐다. ‘김치 따귀’의 파급력은 MBC ‘이브의 사랑’에서까지 이어졌다. 강세나(김민경)가 시어머니 모화경(금보라)와 회사 임원의 부인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음식 대행 배달 서비스를 이용, 시어머니를 망신줬다.
시어머니가 이를 추궁하자 강세나는 “내 또래들은 음식 대행 서비스 잘 이용한다, 집에서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더 적게 들고 시간이 절약되지 않느냐”며 따졌고, 결국 ‘스파게티 따귀’를 맞게 된다.
시청자들은 ‘오렌지 주스’(MBC ‘사랑했나봐’)와 ‘김치 따귀’(MBC ‘모두 다 김치’), ‘스파게티 따귀’(MBC ‘이브의 사랑’)를 두고 ‘따귀 계의 삼두마차’라고 부를 정도.
◇ ‘변명’을 하려거든 연필로 쓰세요
스케치북을 넘기며 자신의 속내를 고백하는 모습을 두고 전세계 영화 팬들은 영화 ‘러브액츄얼리’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강세나(김민경)의 등장 이후, 한국의 대중들은 더이상 ‘러브액츄얼리’를 추억할 수 없게 돼버렸다. 너무도 강렬한 악녀의 ‘낱말 카드’ 때문이다.
MBC ‘이브의 사랑’에서 강세나는 악독한 기업 회장인 시아버지 구인수(이정길)를 대신해 등에 각목을 맞고 쓰러지고 하반신 마비와 실어증이 왔다며 거짓말했다. 가족들에게 자신의 악행을 숨기려고 극한의 상황을 끌어낸 것. 강세나의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그보다 더한 막장을 완성해냈다.
이중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강세나가 아들의 낱말 카드와 스케치북, 화이트보드 등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장면. 강세나는 식사 도중 시어머니에게 “너는 밥이 넘어가냐?”라고 타박을 받자 ‘맛있다’는 카드를 꺼내들기도 하고, 자신에게 등을 돌린 시댁 식구들을 향해 스케치북을 넘기며 아부하기도 했다. 스케치북과 낱말카드만 봐도 실소가 터져버리는 상황. 이제 더는 ‘스케치북 고백’에 감동받을 수 없을 것 같다.
◇ 시상식 방불케 하는 요상한 ‘장례식 패션’
개성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티피오(TPO)’ 역시 중요한 것을. SBS 드라마 ‘어머님은 내 며느리’ 조경만 빼고 다 알았는가 보다. 피티오란 시간, 장소, 경우에 따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간, 장소, 경우를 모두 어겨버린 패션이 등장했다.
이 기묘한 장례식 패션은 ‘어머님은 내 며느리’ 10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유현주(심이영)의 남편이 사망하고 유현주의 회사 동료들이 장례식장에 찾아갔다.
이 장면에서 유현주의 회사 동료 조경(조은빛)은 시상식을 방불케 할 정도의 미니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의 ‘화룡점정’은 영정 앞에서 절을 올리는 조경의 모습. 그는 가슴을 손으로 가리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고, 아찔하게 드러나는 몸매 때문에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물론 이를 두고 “원래 ‘관종’(관심종자) 캐릭터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두 달 뒤인 9월 7일 56회에서는 조경이 너무도 멀쩡한 조문 의상을 입고 등장하며 ‘캐릭터 탓’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막장드라마’는 너무도 많았다. 물론 시대에 따라 막장도, 악인도 변화한다. 하지만 개연성 없이 자극적이기만 한 변화를 시청자들이 언제까지 받아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