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전문 산악인들에게 있어 에베레스트는 인간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해발 8848m에 달하는 에베레스트는 인도 북동쪽, 네팔과 중국 티베트 국경에 위치하고 있다. 기상 조건에 따라 오를 수 있는 기간은 5월 중순에서 6월 초, 또는 9월 말에서 10월 중순으로 산악인들은 보통 이때를 노린다. 그러나 이 마저도 수시로 바뀌는 날씨 때문에 ‘신이 허락을 해야만 오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영화 ‘에베레스트’(감독 발타자르 코루마쿠르)는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고자 하는 열망이 가장 뜨거웠던 1996년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에베레스트를 조직적으로 오를 수 있게 상업 등반 가이드 회사 어드벤처 컨설턴츠의 대장 롭 홀(제이슨 클락)은 임신한 아내 잰 홀(키이라 나이틀리)를 뉴질랜드에 두고 네팔로 향한다.
6만 5000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세계 정상 정복에 나선 벡 웨더스(조슈 브롤린), 세계적인 잡지 아웃사이드의 수석 기자 존 크라카우어(마이클 켈리), 동료 가이드 앤디 해리스(마틴 헨더슨), 목수와 집배원 등 3개의 일을 하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더그 한센(존 호키스), 세계 7대륙 최고봉 중 에베레스트만 남겨둔 일본여성 야스카 남바(나오코 모리), 등은 모두 롭 홀을 믿고 따른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3번이나 오른 수석 셸파 앙 도르지(쿠머드 팬트)와 베이스 캠프에서 지원을 맡은 헬렌 월턴(에밀리 왓슨), 팀 닥터 캐롤 매킨지(엘리자베스 제비키)가 롭 홀을 서포트한다.
1996년 4월에는 유난히 많은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 밑에 모였다. 상업등반에 뛰어든 신입 사업가 마운틴 매드니스의 대장 스캇 피셔(제이크 질렌할)도 팀을 이끌고 왔으며, 롭의 절친인 구조 파트너 가이 코터(샘 워싱턴)까지 많은 이들이 인간의 극한을 경험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존 크라카우어는 등반가들에게 원초적인 질문을 한다. “왜 산을 오르려고 하느냐”고 묻자 이구동성으로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답한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고산적응훈련을 마친 롭 일행은 5월 10일을 디데이로 삼았다. 스캇 피셔를 포함해 다양한 팀들이 5월 10일을 기일로 봤다. 이에 롭은 스캇에게 등반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고 그렇게 드림팀이 꾸려졌다.
‘에베레스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실제로 그날 많은 산악인이 정상을 찍었고, 하산 중에 목숨을 잃었다. 한 작품을 이끌기에 충분한 주연급인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이유는 실화가 주는 힘 때문이었다. 모두 시나리오에 매료돼 캐스팅을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보통 영화들은 가벼운 카메라로 촬영 후 컨버팅 작업을 통해 IMAX로 구현하거나 CG를 많이 사용하는데 ‘에베레스트’는 진짜 에베레스트를 담아내기 위해 IMAX 촬영 장비를 에베레스트와 알프스 산맥 등지로 옮겨 촬영했다.
‘에베레스트’는 평생 한 번도 가보지 못할 확률이 높은 에베레스트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배우들이 가파른 절벽을 오르며 가쁜 숨을 내쉬면 똑같이 숨이 막혀오는 것만 같다.
러닝타임 121분 중 하이라이트로 꼽을 부분은 없다. 초반 준비과정을 빼고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가 전부 하이라이트다. 오히려 에베레스트의 정상을 정복한 감흥은 떨어진다. 그만큼 현실적이다. 힘들게 오른 세계 최고봉에서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오는 24일 IMAX 3D 개봉된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