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국, '돈' 줄줄 샌다...8월 외화유출 규모 사상 최대

2015-09-15 11:09
중국 8월 외평기금 134조원, 사상 최대규모 감소...외화유출 심각 반영

중국 8월 외평기금이 사상 최대규모의 감소폭을 보이며 중국 시장불안을 키웠다. 중국 인민은행. [사진 = 중국신문사]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실물경기 둔화, 주가급락 등 경제적 '난관'에 봉착한 중국 시장에서 외환 유출에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인민은행이 전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외화유출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외국환평형기금(이하 외평기금) 8월 말 기준 감소액이 사상 최대규모인 7238억 위안(약 133조6600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7월 감소폭 3080억 위안의 두 배도 웃도는 수준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외환 이탈 속도가 한층 빨라졌음을 반영한다. 8월 말 기준 중국의 외평기금 총액은 281조8744억44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최근의 중국 증시 급락, 경기둔화와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절하 및 추가절하 가능성 등이 외화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15일 분석했다.

외평기금은 자국통화의 안정을 유지하고 투기적 외화 유출·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외환 매매조작을 위해 당국이 보유하고 운용하는 자금을 말한다. 외평기금 감소했다는 것은 인민은행이 시중 외환 이탈로 인한 위안화 추가 절하를 방어하기 위해 외화 매수, 대거 방출했다는 의미다. 

류젠(劉健) 교통은행 금융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중국 외평기금이 크게 감소한 것은 지난달 11일 인민은행이 파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해 시장에 충격을 준데다 추가 절하 우려가 커진 것과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우려 증폭에 따라 해외자본이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발을 빼고 결국 인민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외평기금을 통한 외화매입에 나섰다는 것이다. 위안화 변동성 증가의 여파가 주식 등 금융시장까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의 조치로도 해석됐다.   

장준(章俊) 모건스탠리-화신(華鑫) 증권 연구부 거시경제연구주임은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됐고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둔화세가 짙어지면서 신흥시장에서의 자금이탈이 빨라지는 추세"라며 "중국의 경우 인민은행의 환율 개입이 오히려 경기둔화가 심각하다는 증거로 시장에 인식되면서 외화유출 규모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에서 외화자본이 발을 빼고 있는 것은 지난 8월 외화보유액 감소에서도 드러났다. 8월 말 기준 중국 외화보유액은 총 3조5573억 달러로 전월대비 939억 달러가 감소했다. 이 역시 월 단위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해외자본 이탈속도는 이번 달을 시작으로 서서히 둔화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DBS 뱅크홍콩의 토미 옹 채권·시장 담당은 블룸버그 통신에 "인민은행이 환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시장 불안감이 다소 가신 상태"라며 "9월에는 자본이탈 속도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자본유출 가속화에 따른 외평기금 급감으로 시장 유동성 위축이 예고된데다 앞서 발표된 8월 주요 거시지표가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면서 기준금리 혹은 지급준비율(지준율) 추가인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리후이융(李慧勇) 신은만국 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 인하를 막을 장애요소가 없고 외평기금까지 급감해 곧 추가 통화완화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연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추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